대법, '포항 미군함포 사건' 국가 배상책임 불인정
"미국의 배상책임 인정한 과거사위 결정 존중해야"
2016-03-01 09:00:00 2016-03-01 09:00:00
6·25전쟁 중 미군 함대의 포격으로 경북 포항 해변에 모여있던 피란민들이 집단 희생된 이른바 '포항 미군함포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포항 미군함포 사건'으로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방모(76)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한국전쟁 중인 1950년 9월1일 포항 앞바다에서 해안봉쇄 및 지상군의 함포사격지원을 수행하던 미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헤이븐호가 10여분 동안 포항시 북구 환여동에 있는 모래사장으로 함포 15발을 포격했다. 이로 인해 피란민들 사이에 있던 방씨의 아버지와 동생이 숨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2010년 6월22일 방씨의 아버지와 동생을 이 사건의 희생자로 결정했다. 이에 방씨는 2013년 6월21일 "당시 국군이 피란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미 해군에게 포격을 명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군이 미 해군에 함포사격을 명령했다거나 이를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국군이 피란민 가운데 북한군이 섞여 있으므로 포격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미 해군 함포사격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방씨에게 4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또 "방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다"는 정부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씨는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후 이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자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정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포항 미군함포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위가 방씨의 아버지와 동생을 희생자로 확인하면서도 과거사위가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나 피해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는 미국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사항을 권고한 사실에 주목했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의 원인으로, 미군이 피란민들 사이에 있을 북한군 복병을 의심해 '피란민이 적국 편이 아닌 것이 분명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적으로 간주하라'는 취지로 수립한 피란민 정책과 적이 민간인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 미 해군의 함포사격 실행이 결합된 결과라고 결론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취지는 국군이 아니라 미군의 가해 행위에 의해 망인들이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방씨가 이에 기초해 정부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정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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