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비만은 영양분의 부적당한 섭취와 좋지 못한 농업 기반시설과 관련이 있다. 영양실조와 비만은 망가진 세계 식량체계의 가장 뚜렷한 징후들이다. 세계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20억명은 영양소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기아와 영양실조는 세계의 빈곤자들에게 잔인한 현실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2억39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영양실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아시아로, 2010년 기준 5억7800만명의 아시아인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반면 세계 15억명의 인구가 비만 혹은 과체중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당뇨, 심장 및 혈관질환 등의 심각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건강뿐 아니라 기아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곡물 수확량의 36%가 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됐다. 고기 생산은 물 집약적이어서 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수천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일례로 닭은 킬로그램 당 4325, 돼지는 8763, 소는 1만5415 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낭비는 연간 식량 수확량의 30%에 달한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농산물을 버리고, 바다에 식용 물고기를 버리고, 식료품 가게와 상점에 비축된 것들을 과잉 주문하고, 일반 가정에서는 너무 많은 먹을거리를 구매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사람의 입이 아닌 쓰레기 매립지로 들어간다. 이에 반해 가난한 국가는 저장공간이 여전히 불충분한 까닭에 작물을 낭비하고 있다. 제3세계 농민은 적절한 곡물저장고, 건조설비, 과일상자, 냉장고나 작물 수확 후 저장 및 가공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기아 해결을 위한 국제원조와 지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 환경적 지속가능성, 소득창출,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은 식량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양의 식량 생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의 녹색혁명 기술들은 수확량에만 초점을 두고 생물학적 상호작용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규모 농업방식으로 초래된 심각한 토양훼손과 수질오염, 화학비료와 농약의 오남용이 해안 데드존을 만들어 생물다양성을 축소시킨 유독성 유출물을 낳았다. 따라서 식량생산에 있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 접근방식인 농업생태학으로의 복귀는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자연재해에 더 높은 저항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기존에 생산된 식량의 양으로도 90억~110억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기아는 “소비 패턴, 토지와 다른 천연자원, 자본금과 시장, 분배 네트워크의 불균형(FAO, IFAD, WEP 공동연구보고서)” 때문에 발생된다.
토지 황폐화와 토지 상실로 인해 기아 해결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2000년 이래로, 외국기업들은 일본 국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3600만 헥타르 이상의 토지를 사거나 임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토지 수탈의 최대 국가는 미국이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 주요 수탈지역이다. 다국적 기업이 수탈한 토지의 절반 정도만 농지로 사용된다고 한다.
농지의 적정한 규모와 질을 보호하는 일은 기아해결과 식량안보와 직결된 과제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와 세계 식량체계 간의 연계를 높여야 한다. 농민이 되려는 젊은이들의 수가 줄어들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국가 차원에서 미래세대에게 농촌이 살고 싶은 곳, 생기 넘치는 곳이라는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구체적인 도움(기본소득, 경작과정에 대한 정보, 의사소통기술 등)을 제공해야 한다.
식량 가격에 대한 금융투기가 농업시장의 불안정에 기여했고, 영세농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가격 변동성은 안정된 시장과 수확물의 공정한 가격을 기대하는 농민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20억 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거래되는 3가지 식료품인 옥수수, 밀, 쌀의 식량가격 투기를 단속하는 것은 농민과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농민은 공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요구한다. 농업협동조합과 같은 제도는 수익은 물론, 공동생산과 판매를 통해 상부상조하는 농촌 공동체이자 사회집단의 역할을 하기에 지역사회의 경제력 외에도 사회서비스 네트워크를 향상한다.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목표 2’의 이행을 위해서는 식량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생산 및 수입(식량원조 포함)을 통해 적절한 품질과 공급량의 확충(식량의 가용성), 식량자원의 독점적 생산뿐만 아니라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권리(식량의 접근성), 적절한 영양소, 위생, 건강 측면에서 식량을 효율적으로 활용(식량의 활용성)해야 한다. SDGs ‘목표 2’는 <연중 안전하고 영양가 높으며 충분한 식량 공급 보장(2-1)>, <모든 형태의 영양실조 종식과 영양적 필요 고려(2-2)>, <안정적이고 평등한 접근성 확보를 통해 농업생산량과 소농의 소득 2배 증대(2-3)>, <토지와 토양의 질을 높이는 지속가능식량생산 시스템 보장과 회복력 있는 농업활동(2-4)>, <유전적 다양성 유지와 유전적 자원의 활용으로부터 발생하는 혜택에 대한 공정한 분배 및 접근성 보장(2-5)> 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창언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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