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제도적 장치 병행해야
2016-02-24 12:00:00 2016-02-24 12:00:00
지난 2월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그동안 묵혀 왔던 각종 금융개혁 법안을 일괄 통과시켰다. 늦었지만 주요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 중 서민금융과 직접 관련된 법안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의 인하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 법안에서는 신규 대출, 갱신 및 연장 대출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7.9%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에 5%포인트 인하한 후 1년 반 만에 또 다시 인하한 것이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다. 우선 여당과 야당에서는 각각 29.9%, 25%(현재 이자제한법 수준)로 인하하자고 주장했으나 한발씩 물러나 중간 수준에서 결정됐으며, 향후 3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오는 2019년에 또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서 별도의 최고금리를 규제하고 있는데,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은 개인이나 미등록 대부업자인 반면 대부업법은 등록 대부업자, 소규모 법인, 여신금융회사 등에 차이가 있다.
 
2007년부터 사금융 폐해를 막기 위해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인하와 함께 이자제한법을 제정해 두 법률 간 최고금리의 차등화를 유지해 왔다. 이렇게 차등화를 둔 이유는 미등록 대부업자의 양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간 최고금리 차이도 크게 축소되면서 실효성이 사라졌다. 최고금리차가 2008년 25%포인트에서 현재 2.9%포인트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대금업 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6월 대금업법 상 최고금리를 이자제한법과 동일하게 20%로 인하하고 개인 총대출 규모를 연수입의 3분의1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를 파격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초과해 지급된 이자를 무한 소급적용해 반환하도록 규정하면서 파장이 더욱 컸다.
 
사실상 대금업 시장을 없애는 조치에 가까웠다. 그 결과 등록 대부업체 수는 2010년 3월 4057개에서 2015년 12월 1940개로 감소되고 대출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시장을 주도하던 대형 대금업체들이 독립 경영을 포기한 채 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실제 많은 대금업체들이 도산했다. 대출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용자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러면 국내에서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간 최고금리차 축소 현상과 대부업법의 최고금리 인하폭 확대 등 2가지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첫째, 등록 대부업자 수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등록 대부업자는 2013년 6월 1만223개에서 2015년 6월 8762개로 감소했다. 이는 등록 대부업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던 금리차이가 없어져 등록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등록 대부업자가 증가하여 정부의 통제권 밖으로 숨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대부업 시장과 제2금융권 간 분리됐던 시장이 단일시장으로 묶여 금리 20%대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6~10등급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금융시장에 존재했던 업권별 금리차이도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속성과 편리성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대형 대부업자가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자의 대출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질 경우 금리사각 지대에 놓이는 기존 대부업 이용자가 많아질 수 있다. 20%대 금리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고객을 과감히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대부업자들이 대형화되고 자금조달 구조가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금리인하 여력이 충분해졌을 수도 있다.
 
그동안 최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거래자 수 및 대부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계 대부업자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제도권으로 진출하는 가운데 대형 대부업자가 20%대 금리시장에 진출할 경우 대표적인 제도권 서민금융회사인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제2금융권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급전에 대한 대기 수요가 큰 만큼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형 대부업자의 제도권 편입, 조달부문의 규제 완화, 대부업 이용자 중 성실 상환자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유예 등 제도적 보완장치도 병행돼야 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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