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정기 주주총회가 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이사 선임안을 두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찬반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표결에 부쳐졌던 안건들을 포함해 상정된 모든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1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는 오후 12시22분이 되서야 끝이 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보기 드문 '마라톤 주총'이었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장 시간 주총 기록은 1998년의 13시간30분이다. 1999년에도 8시간45분 동안 주총이 진행됐다.
11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요 경영성과와 경영방침에 대해 주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시간 여의 주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송광수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박재완 사외이사의 신규 선임 안건이었다.
직전 진행된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논의에서도 "이미 6년을 역임했는데 한 곳에 계속 있다보면 주주이익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참석자들이 박수로서 원안대로 통과에 동의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송광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검찰총장) 재선임과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신규 선임에서는 이들의 이력을 문제삼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찬반투표라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표결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전원 표결은 많은 시간이 소요돼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반대 의사를 가진 사람의 의결권만 집계키로 했는데, 소수 주주가 "이런 방식으로 의결한 결과가 유효한지 여부를 추후에 가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진 박재완 사외이사 신규선임도 제동이 걸렸다. 그가 성균관대 교수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에 권 부회장이 "아직 아무일도 하지 않았는데 추측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반대 의견 철회를 요구했지만 결국엔 투표로 이어졌다.
신종균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서도 애플과의 법적 소송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왔고 투표가 실시됐다. 이사 보수 한도를 전기와 동일한 390억원으로 책정하는 안건에서도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표결에 부친 네 개의 안건 모두 96~98%의 찬성률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편 이날 가장 관심을 받았던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순조롭게 원안대로 통과됐다. 10년 만에 수정되는 정관은 ▲주주권 보호를 위해 신주 발행 한도 축소 ▲이사회 의장 선출 범위를 사외이사로 확대 ▲분기배당 근거 마련 등 주주친화적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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