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딛고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또 다른 특징은 분기별 희비다. 2·3분기에 성수기를 누리고 1·4분기에 비수기에 진입하는 계절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의 수급 상황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어 이 같은 실적 흐름이 지속될 지 주목된다.
13일 <뉴스토마토>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등 국내 '빅3' 석유화학 업체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2·3분기의 영업이익 합계는 총 2조4610억원으로 1·4분기 합계(1조3016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고유가였던 지난 2013~2014년에는 계절에 따른 실적 편차가 크지 않아 '2·3분기는 화학제품 성수기'라는 일반론을 무색케 했지만, 지난해 들어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 2014년 3사의 2·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총 9890억원으로, 1·4분기(8138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내내 지속된 저유가로 유가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에틸렌 '마진'의 영향이 커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계절성에 따른 수요 변동 폭이 실제 마진 변화로 연결됐고, 마진 변동의 폭은 고유가 시대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에는 주가도 유가 흐름을 따라갔으나 저유가 시대에는 달랐다. 2013~2014년 석유화학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두바이유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와 달리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이 우하향을 그리는 동안 석유화학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우상향으로 뻗었다.
한승재 연구원은 "올해 수급이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어서 유가만 크게 등락하지 않는다면 작년과 비슷한 마진과 주가 회복을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보다 2·3분기에 실적이 높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중국의 석탄화학설비(CTO)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올해 나프타분해설비(NCC) 신증설이 거의 없어 당분간 에틸렌 마진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실적도 밝게 전망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의 폴리에틸렌(PE) 수입량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에탄분해설비(ECC)를 증설하는 2018년 전까지는 에틸렌 마진이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증설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폴리프로필렌(PP)의 마진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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