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품격을 가늠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상스러운 언어(Langage vulgaire)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정치인 그룹을 엘리트 군단으로 규정한다. 엘리트(Elite)는 라틴어 엘리제르(eligere)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출하다’, ‘선별하다’를 의미한다. 따라서 엘리트는 뽑혀서 양성되는 것으로 ‘탁월함’을 내포한다. 왜 정치 엘리트가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거친 언어구사로 자주 빈축을 산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고 혀를 차게도 한다. 나 또한 많은 사람의 대열 맨 앞에 서 있다. 2015년 5월 ‘공갈 사퇴’ 발언으로 장안을 들썩이게 했을 때도 왜 저 양반은 저 정도의 품격밖에 안될까 하고 씁쓸했으니 말이다. 정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데에는 그 '막말' 논란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정 의원의 ‘막말’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념인 '자유'를 모토로 하는 더민주가 큰 오류를 범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진정 막말이 문제가 되어 정 의원을 컷오프했다면 이는 더민주의 가치를 위배한 비민주적 행보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권 중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고귀한 기본권이다. 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군사 독재와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가?
정 의원의 막말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허나 막말이 더민주 공천 심사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면 이는 정말 잘못된 일이다. 차라리 능력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으로서 역량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냈는지 대차대조표를 따져 공천 심사 기준으로 삼아야만 설득력이 있고 명분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정치 엘리트의 언어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사르코지 정부의 도시 정책 담당 차관이었던 파델라 아마라(Fadela Amara)는 품격 없는 언어로 자주 빈축을 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2005년 파리 방리유 사건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이민자 문제를 풀기 위해 알제리 출신으로 클레르 몽페랑의 게토에서 성장한 좌파 여성운동가 아마라를 과감히 기용했다. 그러나 아마라는 우파 정부의 이민 정책과 자주 부딪쳤고 언론 브리핑 때 자신의 몸에 밴 천박한 언어들을 툭툭 뱉어냈다. 결국 사르코지 정부가 이민자를 대상으로 DNA 테스트 법을 만들려하자 ‘데귀엘라스'(dégueulasse: 구역질나는)란 단어로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데귀엘라스’는 매우 천박하고 상스러운 언어로 대중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마라 차관이 이 단어를 사용했으니, 쇼크를 받은 우파 의원들은 벌떼같이 일어나 그녀의 차관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프랑수아 피옹 당시 총리는 아마라 차관을 관저로 불러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안심시키고 파델라가 우파와 좀 더 직접적으로 대화하기를 염원했다. 오르트퍼 이민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가 정부 안에서 지켜져야 한다. 파델라의 표현은 그녀의 권리다”라고 옹호했고, 보키에 정부 대변인도 파델라가 정부에 활력소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아마라의 표현은 그녀의 언어로 존중되어 차관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정 의원의 언어 사용은 분명 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지만 그의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자유주의 정당인 더민주가 이 권리를 지켜주기보다 훼손하면서까지 공천을 배제한다면 한 때 한국 민주주의를 말살했던 국보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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