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유행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와 같은 병원에서 머물다 메르스에 감염된 피해자가 법정에서 병원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관리 책임을 지적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이의진 판사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박모씨 가족 측은 "병원이 14번 환자가 메르스 진단 판정이 나온 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는데도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 조치를 하는 데 게을리 했고 추가 감염 여부에 대한 정보도 은폐했다"고 강조했다.
박씨 측은 또 "정부는 일반 환자와 동일한 병실에 입원했던 14번 환자에 대해 신체 격리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메르스 확진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 추가 감염자가 발생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도 1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그 즉시 접촉자나 감염 가능성자를 전수조사해 감염 방지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으나 박씨가 확진을 받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재산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4번 환자의 진료기록과 정부의 메르스 방지대책 관련 자료, 병원의 CCTV 자료 등을 요청했다. 메르스 감염 후 박씨에게 나타난 후유증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감정도 신청했다.
이날 병원과 정부 측 대리인들은 박씨 측이 지적하는 주의의무 위반과 과실, 인과관계 등 모두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5월 자녀 2명과 함께 아내의 항암 치료를 간병하기 위해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는데 14번 환자도 같은 기간 동안 응급실에 머물렀다. 박씨는 그로 인해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입장이다. 박씨의 아내와 아이들은 메르스균 감염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 처분을 받았다.
박씨 가족은 "감염병 관리를 게을리 하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등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며 국가와 강남구청,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을 상대로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이들의 청구액은 2945만여원이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1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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