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위탁계약 포기하도록 요구한 공무원 '무죄'
대법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고창군 직원 상고 기각
2016-03-16 06:00:00 2016-03-16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전북 고창군과 한국농어촌공사 고창지사 사이에 체결된 공사 위탁계약을 포기하도록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창군 해양수산과 시설계 직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고창군 해양수산과 시설계 주무계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1년 갯벌생태복원 공사 감독업무를 담당하던 한국농어촌공사 고창지사 직원에게 공사를 포기하도록 요구해 결국 위탁계약을 해지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권의 행사에 가탁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농어촌공사 고창지사와 일괄 위탁계약의 해지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기 이전에 이미 고창지사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회수해오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창지사가 사업시행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압박해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1심은 박씨가 일괄 위탁계약과 관련해 하자를 치유하거나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던 점, 일괄 위탁계약의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와 농어촌공사 고창지사가 사업시행자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법률적 질의나 자문도 구하지 않았던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행위 주체자는 고창군수이므로 직권 남용이 아니라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판결을 깨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행위는 모두 고창군수에게 보고나 결재를 거친 내용을 고창지사 측에 피력한 것에 불과해 권한을 이용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행위로 미비한 업무처리를 탓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탁계약 해지를 요구한 행위가 박씨의 지위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업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고창지사장을 압박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본다 하더라도 박씨의 일방적 요구에 위탁계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고창군이 공문을 보내오자 고창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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