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도입된 지 28년째 ‘가입 필요성’ 논란에 시달리는 국민연금보험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연금은 국민건강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다. 또 가입 대상이 정해진 산재·고용보험과 달리 지역가입과 임의가입을 통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굳이 비교 대상을 찾자면 건강보험 정도가 어울리겠지만 두 사회보험의 입지는 사뭇 다르다.
먼저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5049만명으로 전체 의료보장 인구의 97.0%에 달한다.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아니라고 해도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보험료가 청구된다. 사실상 전 국민이 가입자다. 조세처럼 강제적 성격이 강해 가입률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폐지나 탈퇴를 주장하는 가입자는 거의 없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보험료율이 논란거리가 될 뿐이다. 지난 18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1%는 가족 중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대체재는 아니다. 일부 질병의 보장수준을 높이기 위한 보완재 역할을 할 뿐이다.
반면 지난해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2157만명으로 같은 월 15세 이상 인구(4322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률 증가로 사업장가입자는 50만명 늘었으나, 지역가입자는 14만명 줄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늘었다는 게 기사거리가 되는 것도 이처럼 낮은 가입률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업장가입을 제외하곤 강제가 아니지만, 분명 건강보험과 같은 성격을 띤다. 처음부터 저소득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설계돼 월 421만원을 넘는 소득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낸 보험료 대비 수령액의 비율인 수익비도 최하위 소득자는 4.3배, 평균 소득자는 1.8배에 달한다. 수익비가 1배 내외인 민간연금보험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국민연금도 건강보험처럼 ‘가입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연금만큼은 대내외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연금은 건강보험처럼 필수라기보단 민간연금의 경쟁상품 혹은 대체재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 고갈론을 비롯한 음모론, 제도의 미성숙, 납부시점과 수급시점 간 괴리 등을 이유로 들지만 이 정도 핑계론 설명이 부족하다.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가입률이 높아졌다고 보도자료만 뿌릴 게 아니라 ‘국민연금은 필수’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부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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