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정리 압박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최근 5년 내 최대 부실채권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 따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섯불리 대손충당금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22일 A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정리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부실채권 줄이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잠정)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2년(8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2분기에 2조200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뒤 하락해 4분기에는 2조1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1년 0.66%던 국내은행의 ROA는 지난해 0.16%까지 하락했다. ROE 역시 같은 기간 8.40%에서 2.14%까지 곤두박질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줄이기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를 강조했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여신이 증가함에도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 부실채권 정리에는 소극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부실채권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80%다. 이는 지난 2010년(1.90%) 이후 최고치다. 부실채권 금액도 30조원을 기록해 전년(24조2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부실채권 비율 증가는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지난해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은 2.56%다. 이는 지난 2012년 말(1.66%)보다 0.9%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000030)과 KEB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 전 여신액 단순 합산)의 부실채권 규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조1000억원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은 1.47%다. KEB하나은행의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은 각각 2조5000억원, 1.21%였다.
전체 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7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실채권 규모를 보였다. 부실채권 비율도 7.3%로 전년 대비 4.2%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010년 말(108.5%) 이후 최저인 112.0%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이란 기업 부도 등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부실채권에 대해 미리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그만큼 기업의 부도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증가한 부실여신보다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기업구조조정을 이유로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기업구조조정 노력이 우리 산업과 경제의 다음 10년을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은행권이 부실채권을 줄이고 기업구조조정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나면 결국 실물 부문에 대한 원활한 금융지원이 어려워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은행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대손충당금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권이 부실채권 비율을 줄일 수 있도록 당국도 함께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4월에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평가를 통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대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줄이기 압박에 은행권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저금리 지속에 따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부실채권 처분까지 도맡하야하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한국금융ICT융합학회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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