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성적표가 업체별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갈렸다. 미래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R&D 투자 역시 활발했던 반면, 정유 사업 집중도가 높은 나머지 3사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사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총 2279억원으로 이중 SK이노베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R&D 투자비용으로 1654억원(매출 대비 0.34%)을 집행했다. 전년(1383억원) 대비 271억원 늘어난 규모다.
반면 GS칼텍스와 S-Oil, 현대오일뱅크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R&D 투자 비용을 집행했다. GS칼텍스가 전년 대비 63억원 늘어난 461억원(0.17%)을 집행한 가운데,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전년보다 줄어든 117억원(0.07%), 46억원(0.04%)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도 SK이노베이션을 따르지 못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R&D 투자 비용이 제각각인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회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업은 표준에 따라 원유를 정제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R&D 투자보다는 설비 증설 및 보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때문에 기존 정유 이외에 석유화학 및 신규 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R&D 투자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석유·윤활유연구소 ▲화학연구소 ▲기반기술연구소 ▲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B&I)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정유·석유화학 분야를 비롯해 배터리·에너지 등 미래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들은 정유와 이에 파생된 석유화학 사업 수준에서 R&D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GS칼텍스는 기업부설 형태의 기술연구소(R&D센터), S-Oil은 정유생산관리부문 산하 촉매연구팀과 연료연구팀, 현대오일뱅크는 중앙기술연구원 2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정유사업의 한계를 인지, 석유화학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Oil 관계자는 "요즘 정유사들은 정유뿐만 아니라 윤활기유, 석유화학 비중을 높이는 수익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R&D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오는 2018년까지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기술연구소가 설립되는 만큼 R&D 투자 역시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사업 관련 현대케미칼을 통해 꾸준히 R&D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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