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8~9일 호남 방문을 동행 취재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에 사과하고, 호남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일정이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한 점, 그리고 이후 제1야당 대표로서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점 등을 사과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호남 지역을 차별했다는 이른바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둘째날에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적극 반박했다.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때 총리와 장관, 4대 권력기관장 등 106명 가운데 호남출신 인사는 29%(31명)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았다. 또 호남고속철도 조기착공, 여수엑스포 유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한국전력공사 등 각종 공공기관 호남 이전을 국토균형발전 사업으로 소개했다.
문 전 대표에게 '호남 홀대론’은 선거 때마다 부딪히는 쟁점이다. 2012년 대선에 이어 2015년 당 대표 선거에서도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과 이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그 때마다 문 전 대표는 자료에 나온 내용 거의 그대로 반박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홀대론'이 유포되고 있다.
광주 시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호남 홀대론은 그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엄존하는 정치적 현실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광주에 해준 일이 뭐가 있대요?”라거나 “문 전 대표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노무현 정부가 호남을 홀대했다'고 하더라" 등 직·간접 화법의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단순히 개인 문재인을 싫어하는 게 아닌 듯 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운한 감정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당시 정부의 대표주자 격으로 문 전 대표가 그 짐을 모두 떠안은 것은 아닐까.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다른 광주시민들은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편승한 게 안타깝다”고도 지적했다. “국민의당 후보들이 호남 민심을 볼모로 삼아 호남인들을 이간질시켜 자리 챙기기 정치를 한다"고도 말했다.
여전히 ‘호남 홀대론’은 문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문 전 대표는 광주 마지막 일정에서 “억울하다고 해도 광주시민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며 “빨리 해명하고 자주 뵈어야 오해가 쌓이지 않는 건데, 제대로 잘 해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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