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웃돈은 커녕 일부 층이나 향이 좋지 않은 단지들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시장에서는 여전히 수백대 일의 높은 청약열기가 이어지고 있어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705건으로 전달(433건)과 비교해 62.8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 1월(279건)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일 뿐 아니라 지난해 5월(738건)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높은 청약경쟁률에 분양권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실거래 가격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분양에 나선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한 단지는 전용 59㎡를 3억9800만원 수준에서 분양에 나섰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3000만원 넘게 오른 4억3300만원을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분양가 수준인 4억700만원대까지 가격이 빠졌다.
왕십리뉴타운공인 관계자는 "일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의 경우 대부분 실제보다 신고가격을 낮춘 다운계약이다.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 아직까지 분양가 수준에서는 매도가 가능하다"며 "다만, 3000만원 넘게 웃돈이 붙었다가 다시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뒤늦게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일부 1000~2000만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구 등 일부 지방 과잉공급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내놓아야 겨우 거래가 이뤄지는 등 매매시장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잉공급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달 초 대구에서 분양에 나선 한 단지에 많은 청약자들이 몰리며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사진/대우건설
반면, 분양시장에서는 여전히 청약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에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대구 마저 이상 청약열기가 지속됐다.
지난 8일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대문구 한 단지는 평균 3.79대 1로 순위 내 마감을 기록했고, 대구 수성구에서 공급된 한 단지는 483가구 모집에 무려 3만4689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7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분양시장 침체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청약제도 개편에 따라 1순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여전히 단기 시세차익을 원하고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청약에 당첨이 돼 계약을 취소해도 지방의 경우 6개월만 지나면 된다. 따라서 투자자 뿐 아니라 실수요자들까지 단기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꾸준히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청약경쟁률로 해당 단지의 인기나 향후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는 2월말 기준 928만명에 달한다. 1년 전(769만명)과 비교해 16.3%나 늘었다. 또한, 전월대비 1순위 가입자 증가율 역시 지난해 말(1.17%) 바닥을 찍은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폭을 키우며 1.61%까지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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