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가입자 감소와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케이블TV업계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산업적 성장 정체에 SK(003600)텔레콤과 CJ(001040)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확실성이 겹쳐 좀처럼 추진력은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12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체 케이블TV방송 가입자수는 전월 대비 7000여명 줄어든 1441만6838명을 기록해 감소세를 이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며 사상 최초 역성장했다.
이통사 IPTV 및 결합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SO 업체들은 이에 기존의 연합관계보다는 각 사 전략에 매진하며 살 길을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추진에 여념이 없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의 강력한 2인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지만, 정부 인가 심사가 늦어지면서 피인수법인인 CJ헬로비전은 언행을 삼가고 있다.
인수합병 이슈 장기화는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사업 추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급기야 티브로드는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을 다시 하반기로 미뤘다. 당초 지난해 12월21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하면서 상반기 중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하반기로 일정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상장 후 티브로드가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자금으로 다른 MSO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공모가 산정에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딜라이브(전 씨앤앰)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일찌감치 독자 노선을 택했다. CJ헬로비전이 약 1조원에 팔리며 매각 희망가 2조5000억원이 무색해지자 몸값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SO와 지상파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재송신료(CPO) 협상에서도 딜라이브는 개별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SO협의회도 사업자 연대에 틈이 생긴 것은 아쉽지만 막을 길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딜라이브 사명 변경 간담회에서 최종삼 SO협의회장과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번 딜라이브의 전략 발표는 결코 ‘탈케이블’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현대HCN 역시 지상파와 개별 CPS 협상을 추진 중이며, 이통사 등과 매각 물밑작업을 벌이며 사업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003550)유플러스와 현대HCN의 인수합병 설이 재차 나오는데,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윤곽이 잡히고 몇 개월 간 시장 반응을 살핀 뒤에야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겠느냐”며 “상장 후 티브로드의 기업가치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사명 변경 간담회에서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딜라이브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