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내달 가계대출 규제가 지방으로 확대 시행되면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로 분양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건설사들이 총선 이후 일제히 공급에 나서면서 지역별 공급정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판이하게 갈릴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인 대구는 올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부산, 세종 등은 대출규제 여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총선 이후 6월까지 2분기 내 분양 예정인 물량은 총 12만5239가구(임대제외, 일반분양가구 기준)다. 이는 지난해 2분기 10만2262가구 대비 22.5%가 증가한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7만1486가구(지난해 5만5583가구), 광역시 1만4060가구(1만3615가구), 지방 3만9693가구(3만3064가구) 등이다.
총선 이후로 분양시기를 늦췄던 건설사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택지지구 등 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총선 일정을 피했던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입지와 상품성 등을 갖춘 물량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집중되면서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내달부터 지방에서도 가계대출 강화돼 주택 매매심리가 얼어붙는 가운데 재건축 등의 호재가 있거나 입지가 좋은 일부 광역시 등 인기 지역에는 청약자들이 계속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낮은 지방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가계대출 규제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대출에 더해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등으로 지역별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지방 대도시의 경우 지난 2~3년간 꾸준히 공급물량이 늘었다"며 "입주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지방 주택시장을 견인했던 대구의 경우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말부터 16주간 1.25% 떨어졌다. 대구는 감정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단 한 번도 아파트값이 떨어진 적이 없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년간 대구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나치게 오른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광역시 중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인 대구는 매매가는 11.2%, 전세가는 8.3% 정도 올랐다.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건수는 64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4268건의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부산, 세종 등은 공급물량 증가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 청약을 마감했다. 총 53개 분양단지 가운데 50곳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어 올 1분기에도 11개 단지 9곳이 100% 청약을 마쳤으며, 지난달 동원개발이 해운대구 우동에서 분양한 '해운대 비스타 동원'은 최고 37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은 전체적으로 노후 아파트가 많아 신규 아파트 수요가 높은 데다 교통과 쇼핑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분양하는 물량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종은 주요 국가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증가 등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올 1분기 세종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7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0% 상승했다.
지난 2010년 5월 세종시 첫 아파트 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1단지'는 분양가(평균 649만원)와 비교해 35%나 올랐다.
특히 오는 6월 말부터는 거주자 우선공급제도가 완화돼 세종 이외 지역에서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해져 새로운 공급물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5월부터 지방에도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이 본격화하면 매매시장은 더 경직될 것"이라며 "올해는 매매시장과 청약시장 분위기가 갈리고 지역별 편차도 커지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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