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통화정책의 지나친 의존에 한계를 느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전반적인 세계경제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까지 쓸 정도로 통화정책은 쓸 수 있는 범위의 한도까지 갔음을 인정하고, 통화정책의 지나친 의존을 지양하되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이루자는 것이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4~15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코뮤니케)을 발표했다.
G20은 공동선언문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성장, 일자리 창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말 중국 상하이 G20 재무장관회의 때 합의된 내용과 상통하지만 통화정책 보다는 재정정책에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띈다.
진승호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일본과 유럽 일부의 마이너스 금리 등 통화정책은 확장될 대로 돼있다"며 "더이상 통화정책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최대한 재정을 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G20은 지난 2월 상하이 회의에 이어 '거시정책 및 구조개혁을 신중하게 조정하고 명확하게 소통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다시 넣었다. 각국의 거시 정책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다.
G20은 현재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작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는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연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며 다만 "저유가, 금융불안, 중국 경착륙, 지정학적 갈등, 영국의 EU 탈퇴 등 하방위험의 증대로 향후 단기간내 안정적 성장경로로의 회복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G20은 적극적 통화와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재확인하면서도 통화정책의 지나친 의존을 지양하고 재정정책 및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노동·재정·금융 등을 포함한 9개 분야를 G20의 구조개혁 우선 추진 분야로 선정하고, 구조개혁 추진 원칙 및 평가지표 마련 작업을 진행해 오는 7월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다만 우선추진 분야와 원칙 등은 일률적으로 경직되게 운영하기 보다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시장심리 악화에 따라 금융 변동성이 발생하고 거시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G20의 대응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 회복을 위한 거시정책의 일관된 추진과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를 G20 차원에서 시작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에 공개된 파나마 페이퍼를 계기로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달 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파나마 소재 로펌 '모색 폰세카'가 역외 회사를 통해 고객들의 조세 회피를 도운 내역이 담긴 방대한 분량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한 바 있다.
G20은 파나마 페이퍼 파문을 계기로 국제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자는 합의도 도출했다. 각국은 조세 회피 대응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고 페이퍼 컴퍼니의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 파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는 이날 제이컵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의 환율정책을 적극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단기간 내 환율의 급변동과 같은 예외적 상황에 국한되며 시장 개입도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미세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미국의 교역 촉진법상 심층분석 대상 국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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