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김종인 '독주 체제', 견제세력이 안 보인다
김 대표 사람들 당직 중용돼…논란 있던 비례대표가 당선자 대상으로 특강
대표 '추대' 논란도 자초한 일…정성호 "초선들 말 자제해야"
2016-04-20 17:29:38 2016-04-20 18:46:51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0대 국회 제1당 지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의 ‘힘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할 만한 마땅한 세력이 나타나지 않아 이같은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더민주 당선자 대회는 김 대표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선자들의 인사가 끝난 후 더민주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의 특강을 마련했다. 총선 기간 중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았던 최 교수는 “총선의 구호였던 ‘문제는 경제야’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잘 짚었다. 이 프레임을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가야 한다”며 김 대표의 지론을 앞장서 지지했다. 최 교수는 “더민주가 ‘기업을 옥죄고 경제를 옥죄는 곳’이라는 주장을 방어하려면 우리도 친기업이라는 것을 정정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등 기존 더민주의 정체성과 결이 다른 발언도 했다. 김 대표가 비대위 대표 취임 후 이른바 ‘북한 궤멸론’ 등 자신의 발언에 비판이 나올 때마다 ‘정체성이 밥먹여주냐’는 식의 반응을 내놨던 것과 닮은 모습이었다.

 

최 교수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먹튀’ 논란이 벌어진 것을 변호하는 칼럼으로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논란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에게 주어진 비례대표 추천인사 4명에 포함돼 금배지를 달았다. 이같은 이력을 지닌 최 교수가 당선자들이 모인 첫 자리에서 특강을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월15일 더민주에 합류한 후 자신에게 전권이 주어졌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왔다. 비대위 구성을 주도한 것은 물론 국회의원 공천 관련 권한을 당무위원회로부터 일임받기도 했다. 총선 후에도 정장선 총무본부장, 박수현 전략홍보본부장 등 더민주 합류 후 자신과 보조를 맞춰왔던 인사들을 중용했다. 20일 추가 당직자 인선에서 이철희 총선 선대위 상황실장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사례다.

 

급기야는 총선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를 추대 형식으로 당 대표를 맡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추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 체제가 좋다고 다수가 원한다면 추대를 하는 것일 뿐 억지로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 대표가 나서서 합의 추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김 대표 자신이 자초한 면이 있다. 총선 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 추대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당내 부정적인 기류 속에 합의 추대는 사그라드는 분위기이지만, 김 대표가 기존의 태도를 고수할 경우 앞으로 다른 쟁점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더민주 내에서 김 대표를 견제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정청래 의원이 연일 SNS를 통해 김 대표 체제를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 의원이 과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김 대표를 견제할 만한 이해찬 의원 등이 현재 복당 절차를 밟고 있고, 초선 당선자의 비율도 절반 가까운 상황에서 당분간은 김종인 대표가 판을 주도하는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대회에서도 초선 의원들의 '군기'를 잡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비대위원으로 있는 정성호 의원은 “본인이 생각한 주관적 견해를 민심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초선 의원님들이 기백 편다고 말씀하시는 것 정말 자제해야 한다”며 “그러다가 17·18·19대에서 다 망했다”고 충고했다. 이에 초선인 기동민 당선자는 “초선들이 행동거지나 말을 조심해서 하라는 말들이 나왔는데, 잘 하겠다”면서도 “선배들이 잘하면 잘할 것이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당선자대회에서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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