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하며 삼각김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간편식의 인기가 시작된 국내 편의점 업계는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시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시락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많은 도시락들이 출시되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편의점 입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기 도시락은 주로 덮밥이나 비빔밥 위주의 단순한 상품이었다. 컵라면 같이 생긴 종이용기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따로 포장된 불고기, 낙지, 제육볶음, 야채 등이 있어 구매 후 섞어서 비벼먹는 덮밥이 주를 이뤘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지만 품질이나 맛의 다양성 면에서 일반 음식점에 미치지 못하면서 크게 이슈화가 되진 않았다.
편의점 도시락이 화려하게 부활한 분기점은 2008~2009년이다.
당시 고물가·고유가에 이어 금융위기의 불황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었다. 일부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고용불안까지 겹쳐지면서 외식은 물론 점심값 마저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 편의점 도시락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09년 도시락은 전년 대비 189.1%, 2010년은 113.5% 연이어 2011년에도 2배 이상의 매출 상승세(105.6%)가 이어졌다.
편의점 도시락은 이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시락 카테고리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 평균은 86.9%라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던 당시에는 2000원 초·중반의 가격대로 소불고기, 제육볶음, 한입돈가스 등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단품 메뉴 위주의 상품들이 운영됐다. 당시 도시락은 간편식품 전체 매출에서 10% 남짓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편의점도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도시락 신상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알뜰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콘셉트가 주를 이뤘다면 2010년 이후의 도시락은 다양한 맛과 높은 품질을 앞세운 하나의 음식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가격대비 맛과 양, 품질이 좋다는 평가와 함께 지속적인 재구매가 이어졌다. 상품도 덮밥, 비빔밥 위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상품에서 다양한 밑반찬을 즐기는 대한민국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정찬 스타일의 도시락이 출시됐다.
연예인이 도시락 모델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GS25는 2010년 탤런트 김혜자와 손잡고 '김혜자도시락'을 선보였다. 김혜자의 '국민 어머니' 이미지와 도시락의 품질 향상, SNS의 발전, 1~2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맞물리면서 GS25 도시락 매출은 크게 증가했으며, 제품이 지속적으로 리뉴얼되고 새로운 맛이 출시되면서 '갓혜자', '마더혜례사' 도시락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2012년에 들어서며 편의점 도시락은 과도기를 맞았다. 그 전까지 업계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이 3000원이 넘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할거라는 우려가 컸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가격에 대한 괴리감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며 매년 꾸준하게 매출이 올랐고 업체들 역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도시락 품질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대찌개, 뚝불고기, 비빔밥, 깐풍기, 함박스테이크, 흑돼지돈가스에 이어 고등어조림, 고등어구이, 장어덮밥까지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메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지난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
높아진 품질,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짐에 따라 도시락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CU는 백종원, GS25는 김혜자, 세븐일레븐은 혜리를 앞세운 스타마케팅과 함께 가성비를 높인 집밥 콘셉트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하며 현재의 도시락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편의점을 찾은 고객이 다양한 간편식 상품 중 도시락을 꺼내들어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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