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집안싸움 하던 여당 안방에 검찰이 들이닥쳤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을 한 건데요. '집권당 압수수색' 사태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선 공멸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당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검찰 수사관들이 김상욱 의원과 국민의힘 당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권당 압색에…한동훈 "법에 따라 응할 것"
창원지검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조직국, 국회의원회관 내 기획조정국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지방선거 공천 심사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한 데 따른 건데요. 검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등 관련 의혹 전반을 들여다 본 걸로 보입니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 대상엔 △2022년 김영선 전 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심사자료 △2023년 김 전 의원 당무감사 자료 △22대 총선 김 전 의원 공천 심사자료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박완수 경남지사·이강덕 포항시장 공천 심사자료 △명태균 씨에게 공천을 약속받고 돈을 준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자와 관련한 공천심사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창원지검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공관위원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 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관계자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펴본 건데요. 이에 따라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압수수색에 입회한 김상욱 원내부대표는 "검찰에서 공정하게 하려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며 "공권력이 정당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서로 지켜야 할 선이지만, 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 정책토론회에 예정대로 참석했습니다. 그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압수수색에 응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두고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친한계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집권당의 당사가 압수수색 당하는 이례적 상황에서 지나치게 느긋하다는 지적인데요.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명태균 게이트'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명태균 씨 의혹 후속 조처로 '여론조사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원게시판을 두고 김민전 최고위원과 공개 충돌한 뒤엔 "명태균·김대남 관련자들의 자기 이슈 덮기"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명 씨·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접점이 '윤 대통령 부부'라는 점에서, 사실상 당원게시판 논란의 배후에 용산이 있다는 불쾌감을 드러낸 겁니다. 친한계도 이 논란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 강공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검찰 수사나 TF의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나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천개입 의혹이 드러날 경우 친한계가 역공을 펼치며 국민의힘의 내분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고모'까지 등장…'당원게시판' 여진 계속
이 와중에 국민의힘에선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3주째 이어진 '네 탓 공방'에 계파 간 감정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내에선 '최고위 참석자 제한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설전을 방지하기 위해, 최고위원 이외의 참석자를 두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날도 한 대표 해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한 대표가 사실관계를 밝히면 그냥 끝날 문제다. 해명 촉구는 '한동훈 죽이기'가 아닌 '한동훈 살리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한계에선 '김건희 여사의 고모 의혹'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김 여사 고모가 대표 집안에 대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적 통화에서 한 대표 욕설을 하고, 김 여사 고모가 저주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는 문제 안 삼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고모로 알려진 김모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에 대해 "20년을 키워준 은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부인을 잔인하게 매도하는 파렴치한"이라며 "대통령이 될 거라는 착각 속에 사는 금수만도 못한 자"라며 강하게 비난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 안팎에선 "이 싸움의 승자는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 한 대표 이외의 대안이 없기 때문인데요. 친윤계가 한 대표를 몰아내더라도, 결국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는 분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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