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출시 한 달이 안 된 ‘전당포 중개 서비스’가 시장에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액 대출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신용조회가 필요 없는 간편함을, 전당포 사업자들에게는 잠재고객 발굴과 신규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해 동시에 호응을 얻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옐로금융그룹의 사내벤처 ‘렌딩박스’다. 렌딩박스는 신개념 동산담보대출 플랫폼, 즉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릴 때 감정가들을 비교해주는 전당포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며 “착한 급전시대”를 표방하고 있다.
렌딩박스를 이용해 대출을 받으려면 앱에 물건 사진 3장과 간략한 설명만 올리면 된다. 30분 안에 근거리 전당포들의 감정가가 비교·추천되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전당포를 선택해 돈을 빌릴 수 있다. 신용조회 절차가 필요없고, 여러번 대출을 받아도 신용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렌딩박스 서비스는 한 달 간의 베타서비스 기간을 거쳐 지난 4일 정식 출시된 따끈따끈한 서비스지만 이미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유사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전당포 수가 늘고 있으며, 금융업계에서도 동산담보대출에 눈을 돌리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인 옐로금융그룹의 자회사라는 점도 전당포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한 몫 했다. 대부중개업은 라이선스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옐로금융그룹은 지난 2월 (주)렌딩박스대부중개 자회사를 설립해 서비스를 기획·개발했다. 렌딩박스는 자금뿐 아니라 전문 인력, 시스템 등에서 그룹사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파트너사와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렌딩박스는 까다로운 금융 규제를 피해 십여 차례 기획을 바꾸며 핀테크와 O2O(Online to Offline)를 연계한 현 비즈니스 모델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전당포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와 편견을 바로잡아 하나의 금융서비스로 양성화하고, 잠재된 시장을 키워 마켓셰어를 가져가겠다는 포부다.
아직 소비자들은 전당포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만 일단 시장은 스타트업과 전당포의 조합을 신선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초기 이같은 긍정적 신호를 감지한 렌딩박스는 이미 글로벌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해외 사업자들도 생겨났다. P2P 담보대출 등으로 서비스를 파생시키려던 계획도 일단 보류하고 연내 아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볼 계획이다.
이름만으로도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던 ‘전당포’를 신개념 자금조달 창구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렌딩박스의 백광현 대표를 만나봤다.
백광현 렌딩박스 대표. 사진/렌딩박스
-안녕하세요. 회사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렌딩박스 대표 백광현입니다. 지난해 6월 옐로금융그룹에 서비스기획팀장으로 입사했습니다. 렌딩박스는 핀테크와 O2O를 연계해 대출이 필요한 고객과 오프라인 전당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고요, 지난 4월4일 정식 론칭했습니다.
-이전 경력들이 다양하신데요 소개 좀 해주세요.
▲첫 회사였던 베인앤컴퍼니에서는 대기업 포트폴리오와 마케팅 전략 등을 다루며 간접적 사업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1년 간 몽골에서 선교활동을 했는데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였죠. 이를 계기로 제일기획 중국법인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브레인메딕’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2년 만에 접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사전 경험할 수 있었고, 같이 창업했던 멤버들 모두 현재 다른 스타트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당포 시장 양성화해 신용대출 대안으로”
-‘전당포’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것이 신선합니다.
▲옐로금융그룹의 중간지주사 중 하나인 옐로마켓플레이스는 기존 금융권에서 다루지 않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온라인 핀테크를 제공하는 게 목적입니다. 전당포는 기존 대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이미지가 좋지 않은 비즈니스였는데요, 이를 좀더 양성화해서 신용대출의 대안으로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렌딩박스’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렌딩박스는 신개념 동산담보대출 모바일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릴 때 전당포들의 감정가를 한번에 비교해주는 전당포 중개 서비스죠.
렌딩박스로 대출을 받으려면 사진 3장과 간략한 설명만 앱에 등록하면 된다. 사진/렌딩박스
-신용대출 대비 전당포를 이용한 동산담보대출의 장점은 뭔가요?
▲신용조회가 필요 없어 대출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물건 가치가 신용인 셈이므로 수십차례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도는 그대로예요. 또 빠르면 10분 이내로도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앱에 물건 사진을 등록하면 30분 이내에 여러 전당포들의 감정가가 비교·추천되는데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방문하거나 출장서비스를 이용해 대출이 완료됩니다. 대부업은 대면 거래가 원칙입니다.
-대출금리도 더 낮은가요?
▲이자율은 전당포들이 각자 책정하는데 이자율 측면에선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전당포 개수 늘고 금융업계 주목…“긍정적 시그널”
-시장에 유사 서비스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당포 사장님들이 부쩍 관련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해요. 유사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는 거죠. 전당포 자체도 늘어나고 있고, 금융업계에서도 향후 펀딩 타깃으로 동산담보대출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시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식 출시된 지 약 2주 지났네요. 현재 집중하시는 부분은 뭔가요?
▲고객분들이 보내주시는 의견들을 취합해서 앱을 더욱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매월 1회 가량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고객군들이 주로 렌딩박스를 이용하고 있나요?
▲성별보다는 나이나 지역에 따라 주로 분류가 돼요. 아무래도 값 나가는 물건을 소지한 경우가 많다보니 40대 이상의 남성 사업가들이 많아요. 또 30대 이상 남성 중 시계 교체수요가 많은데, 중고명품 매입 서비스도 많이 이용하세요. 청담·압구정 지역에서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오는 주부들이 있고, 강남·역삼 쪽에선 젊은 여성들의 명품 교체수요가 발생합니다. 또 용산·신촌·홍대 지역에는 IT전당포가 발달해 청년층 고객이 많이 옵니다.
-확실히 사람들의 인식 속 어둡고 음침한 전당포와는 최근 모습이 많이 바뀐 것 같네요.
▲네 구리 쪽에는 자전거 전당포도 있고 종로 쪽은 보석만 다루는 전당포들이 많아요. 이런 특화 매장이 발달했을 뿐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도 백화점처럼 세련되게 바뀌어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쇠창살만을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물론 그런 곳도 아직 있지만요.
렌딩박스는 전당포를 소액 대출 시장의 뚜렷한 대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자료/렌딩박스
파트너사, 저렴한 광고비·진성고객에 호응…“입점 문의도 늘어”
-어떤 기준으로 전당포들과 파트너십을 맺으시나요?
▲일일이 점장님들과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고객 응대 방식과 사업장 환경도 보고요. 믿을 만한 전당포만 선별해 서비스하는 만큼 저희를 통해 거래하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시장이 의미 있게 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몇 군데 전당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셨나요?
▲약 40곳입니다. 전국적으로 1000여개 전당포가 있고 그 중 서울·경기 지역에 450여개가 있으니 10%가 좀 안 되네요. 올해 안으로 부산과 대구 지역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당포 업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유일한 광고 수단이던 네이버 외 새로운 마케팅 채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좋아하세요. 네이버는 비싼 광고비(월 3000만~4000만원) 대비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은데, 렌딩박스는 광고비(월 10만~30만원)는 훨씬 싸고 대출 의지가 있는 진성고객이 앱을 다운받을 확률이 높아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적습니다.
-앞서 중고명품 매입 서비스도 언급하셨는데, 최근 ‘리본즈코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과 연관되나요?
▲네 기존 파트너사인 전당포들도 매매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리본즈는 명품이나 의류를 좀더 포괄적으로 감정할 수 있는 자체 조직이 있습니다. 현재 렌딩박스는 대출 감정가만 비교 가능하기 때문에 매입 감정 업무는 리본즈에 위탁하고 있어요. 하지만 머잖아 매입 감정가 비교 기능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물건을 통한 금융’으로서 대출과 매입 모두 서비스할 방침입니다.
백광현 대표(왼쪽 두 번째)와 팀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렌딩박스
부가서비스 미루고 플랫폼 고도화 집중…“연내 해외 진출 가능성 타진”
-올해 사업 전략에 큰 변화가 있으시다고요.
▲원래는 P2P 담보대출 서비스와 중고명품 쇼핑몰을 올해 안에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동산담보 P2P 업체들이 출혈경쟁하는 시점에서 저희까지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중고명품 매매 비즈니스는 제대로 하려면 감정평가, 보관, 배송 등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들 부가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보다 지금은 기존 플랫폼을 고도화·안정화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외국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에요.
-시장 반응이 상당히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럼 해외 진출 계획도 구체화되는 건가요?
▲국내 전당포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동남아나 일본, 중국만 해도 규모가 10배, 100배에 달합니다. 또 우리나라와 달리 전당포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일상적이에요. 필리핀은 은행을 대신할 정도로 규모가 크죠. 그럼에도 아직 렌딩박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가능성만 입증되면 나름 세계 최초로 도전할 수 있을 겁니다. 현지 진출을 논의해볼 만한 파트너사들이 있어서 올해 첫 미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렌딩박스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광고 수익이 가장 크고 중개 수수료도 발생합니다. 광고료는 향후 업체별 거래 성사율과 고객 리뷰 등을 종합해 경쟁 과금 체계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수수료는 첫 달 이자의 30%를 받도록 했습니다.
-직원 수는 몇 명인가요?
▲8명입니다. 그 외 그룹 내 개발자 전문 집단인 노매드커넥션에서 파견된 4명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용자수는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파트너사의 경우 역으로 입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앱 다운로드 건수는 2주 동안 약 1000건 발생했는데, 연내 10만건 달성이 목표입니다. 실제 거래에선 하루 3~4명 정도가 감정을 받고 있는데 연말까지 약 30~40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예상 매출 등 올해 목표치를 수치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대출 거래액 기준 목표치는 약 30억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끝으로 렌딩박스의 올해 목표와 장기적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올해는 하반기에 웹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과 아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지역도 올해 확장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중장기적으로는 P2P든 쇼핑몰이든 파생적 서비스에 폭넓게 진출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제1금융권에서도 동산담보 서비스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만큼 금융권과 연계한 상품 출시 등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렌딩박스는 부정적 이미지의 전당포를 신개념 자금조달 창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사진/렌딩박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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