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전자·디스플레이 업계가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종을 중심으로 삼성, LG를 제외한 중소 협력사들의 재무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낙관만은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심사 결과를 근거로 "전자와 디스플레이 부문은 추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에 이어 구조조정이 필요한 3개 업종 정도를 추가로 선정해 발표키로 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디스플레이를 후보군으로 점쳤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논의됐던 이유는 신용평가 결과, 하위인 C와 D등급을 받은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부품 협력업체들의 신용평가 결과를 해당 업종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구조조정 시그널(위험신호)만 전달할 뿐, 개별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기업의 자율적인 협의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피했지만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과제인 LCD(액정표시장치)의 공급과잉 해소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태블릿PC용 LCD 모듈(LCM)을 공급하던 디아이디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다만 진원이 중국이라 마땅한 묘수는 없다.
디아이디는 지난 14일 디스플레이 모듈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 정지를 공시했다. 1999년부터 삼성의 협력사였던 디아이디가 영업정지를 선언하면서 다른 협력사들도 적신호가 켜졌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형사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그 영향이 협력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인건비가 높은 공정라인은 중소 업체일수록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라인 8개중 5개를 지난해까지 모두 폐쇄했다. 최신 공정을 도입했던 6라인과 대형 생산라인인 7라인의 절반도 연내에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강정두 IHS 책임연구원은 “향후 2~3년 안에 한국의 LCD 패널 업체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개별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만큼 신규 캐파 및 생산라인 튜닝을 통해 생산라인 변경을 이뤄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P8 공장.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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