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이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방영 중인 시간대에 온라인에서는 '아는 형님'의 이야기로 글이 가득 메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누울 토요일 11시에 방송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1%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지만, 화제성만큼은 폭발적이다.
16회까지 각각 포맷을 달리하는 실험을 거듭한 '아는 형님'은 교실을 배경으로 한다. 기존 멤버들을 학생으로, 게스트를 전학생으로 설정했다. 온갖 실험 뒤 멤버들이 가장 잘 적응하는 포맷을 택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콩트와 토크, 버라이어티 형식의 게임이 녹아든 '아는 형님'은 17회부터 매회 독특한 색깔로 강력한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JTBC '아는 형님'이 폭발적인 관심을 사고 있다. 사진/JTBC
'아는 형님'을 연출 중인 최창수 JTBC PD는 "MBC '무한도전'처럼 포맷을 한정하지 않고 실험을 해왔다. 매회마다 구성이 다 달랐다"며 "그 과정에서 멤버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콩트였다. 대본이 없어도 스토리 텔링부터 뛰어난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배경을 교실로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는 형님'에는 그야말로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만 나온다. 강호동을 주축으로 이수근, 김희철, 서장훈, 김영철, 민경훈을 포함해 최근 합류한 이상민까지 방송 경력이 10년이 넘는 사람들이다. 모두 오랫동안 방송에서 봐왔던 터라 신선한 느낌도 없고, 일부는 방송활동을 중단한 경험도 있어 호불호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곱 명의 멤버가 교실 안에서 만들어내는 호흡은 10년을 넘긴 '무한도전'에 비교해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대화의 주제도 성역이 없다. 아이돌인 레드벨벳에게 "담배 피냐"는 말도 서슴없이 물어보고, '이혼', '도박', '빚'과 같은 소재의 멘트를 가감없이 꺼낸다. 때로는 욕도 한다. 서로 친구라는 설정 덕에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반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더욱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예능감을 크게 보여주지 못했던 레드벨벳도 '아는 형님'에서만큼은 큰 웃음을 줬다.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아는 형님'의 토크는 솔직함을 기반으로 한다. 포장이 없는 최근 예능 트렌드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교실에서 콩트를 섞은 토크쇼와 게임을 진행한다. 눈에 띄는 점은 게스트에 대한 배려다. 퀴즈도 게스트 위주며 게임도 게스트가 잘하는 게임을 한다. 20회에 나온 신소율은 멤버들과 '눈 싸움'을 했고, 강예원은'후각 테스트'를 했다. 게스트 역시 기존 토크쇼에서 보여준 신변잡기적인 대화에서 벗어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2부는 콩트를 진행한다. 멤버와 게스트 간의 설정만 던져준채 100%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콩트다. 전혀 대본이 없다보니 수위 조절에 실패해 막막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멤버들은 훌륭히 난관을 통과하며 재미를 준다. 이수근과 강호동, 김영철을 제외하곤 콩트를 훈련한 경험이 없지만, 모두가 완벽히 자기 역할 이상을 수행 중이다.
특히 캐릭터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게 강점이다. 강호동은 맏형으로서 중심을 잡고 있다. 최근까지도 '옛날 개그'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아는 형님'에서만큼은 트렌드에 맞는 진솔한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강호동에게 구타를 당하는 이수근은 '도박'으로 인한 '활동중단' 경험을 캐릭터로 살렸다. 서장훈은 부유한 건물주에 '돌싱'을 캐릭터로 잡았고, 이상민은 '빚'진 '돌싱'을 체화했다. 김희철은 시끄러운 '돌+I'이며, 민경훈은 조용한 '돌+I'다. 김영철은 재미없는 개그맨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각자 자신만의 색깔로 서로를 디스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여운혁 JTBC 예능국장은 "'아는 형님'은 큰 바다를 떠난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 배가 커야 거친 파도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을 좀 살아본 멤버들이 가장 재밌게 놀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최창수 PD는 "강호동이 맏형으로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 크다. 그간 후배들로부터 귀감이 될만한 행동을 해온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이 마음 놓고 편안하게 멘트를 던지고 있다. 강호동 덕에 모든 멤버들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형태의 유머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출연 중인 이상민은 "아직 워밍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완전히 적응하면 7명의 멤버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웃긴 예능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아직은 멤버 전반적으로 몸이 덜 풀린 부분이 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훨씬 더 웃길 수 있을 것 같다. 촉이 온다"고 덧붙였다.
약 20여회만에 '비정상회담', '마녀사냥'의 전성기 때보다도 강력한 웃음을 전하고 있는 '아는 형님'이 JTBC 예능 중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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