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오는 2018년을 목표로 현재의 2배 수준까지 주행거리를 연장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테슬라가 오히려 시장의 주도권을 갖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하면서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오는 2018년 양산을 목표로 1회 충전으로 총 3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 한창이다. 320km를 가는 전기차는 올해 6월 현대차가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 EV(1회 충전으로 180km 주행)보다 주행 성능까지 대폭 끌어올릴 전망이다. 주행거리 320km면 부산~대구 왕복 거리가 250km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곳은 한번에 갈 수 있게 된다. 미국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도 1회 충전으로 200마일(320km)을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길은 멀다. 아우디는 최대 출력 500마력, 1회 충전시 주행 거리 500km인 ‘e-트론 콰트로’를 2018년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형제사인 폴크스바겐도 1회 충전으로 600㎞를 달리고,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하는 전기차 ‘버드-e’를 공개했다. 올해 출시될 쉐보레 볼트도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린다. 심지어 후발주자인 중국 JAS모터스의 iEV6S까지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주행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현대차 친환경 전용 라인업 아이오닉 시리즈의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특성 탓에 배터리 효율 극대화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는 데 주력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가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모델 라인업을 26개 차종으로 확대해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만큼 세계 무대에서 통할만한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로 정면 승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 개발을 위해 LG화학과 SK 등과 관련 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국내외 자동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할 만큼 해당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해당 모델의 양산 시점이 최대 주행거리 321km를 구현한 모델3의 국내 진출 예상 시기와 맞물리며 시장 주도권을 둔 경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4000만원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모델3를 내년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차세대 친환경차로 전기차를 낙점하는 가운데 급부상한 테슬라의 모델3는 기존 테슬라 라인업인 모델S와 유사한 디자인에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춘 보급형 모델이다. 양산 시기는 내년 말이며 이르면 2018년 국내 도입이 전망된다.
모델S의 가격이 7만달러(약 8060만원)에서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4000만원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전기차의 대중화를 주도하겠다는 테슬라의 야망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31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모델3는 약 2주만에 40만대에 달하는 계약을 기록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물론 테슬라 모델3가 무조건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테슬라 모델에 사용된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이 여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를 사용 중이다.
현대차가 주행거리 300km 이상 차량 출시 시기를 2018년으로 설정한 것 역시 충분한 안전성 검증을 거치기 위해서다. 배터리 용량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잡기위한 시간도 상대적으로 벌수 있게됐다.
여기에 3만5000달러의 가격 경쟁력은 출시 전 예상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인테리어를 포함한 차량 옵션 가격을 합치면 현재 전망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3가 시장에서 위협적 존재로 떠오른 것이 사실인만큼 현대차 역시 그동안의 기조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친환경 전용 라인업 아이오닉 3종을 연내 출시해 국내 점유율을 확대한 뒤 오는 2018년 주행거리를 연장한 신모델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현대차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연내 잇달아 선보여 국내 점유율을 확대한 뒤 해외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향후 주행거리를 확대한 모델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최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친환경차 시장이 현재 주춤한 것은 사실이나 지속적으로 확대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대응할 것"이며 "라인업 확대는 물론 독자적 시스템 환경 구축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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