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국가정보원이 인터넷매체를 표방한 보수 시민단체에 ‘8·15 건국절’ 관련 기사 게재를 지시 내지 요청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원세훈(65) 전 국정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팀 소속 박모씨가 자유주의진보연합(자유연합) 블로그에 게재된 월간 '이슈와 정책' 8월호와 관련해 보낸 메일의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박씨가 2011년 7월경 '주민투표 소식이 압도적인 비중으로 다뤄져야겠고 희망버스 규탄 기획기사, 4대강 공사 효과 부각 등을 다뤄라'라며 자유연합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8·15건국절에 대한 것들도 비중 있게 다뤄져야겠지. 또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해줄게'라며 기사 게재를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박씨가 보낸 지시 내용에 맞춰 자유연합 블로그에 무상교육·희망버스 규탄 관련 사설이 실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정원 심리전단팀이 청년우파단체 등 보수 우파 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지도하는 한편 보수 언론 등을 통해 여론 조성 활동도 했다고 주장했다.
건국절 논란은 현행 8월15일 광복절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하자는 주장으로 2006년 7월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언론 기고로 처음 공론화 됐다. 이후 일부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건국절이 호응을 얻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8월15일을 건국일로 칭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은 1919년 4월17일 설립된 임시정부를 무시하고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헌법정신에도 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 주장대로 국정원 직원 박씨가 자유연합에 건국절 관련 기사 게재를 요청 내지 지시한 것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보수단체와 연계해 이 전 대통령의 역사관을 지지·공론화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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