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노희경 작가는 매 작품마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스토리와 심장을 자극하는 대사,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캐릭터마다 색깔을 부여하는 배려심으로 대중뿐 아니라 배우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노 작가는 최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로 한류시장까지 아우르는 대중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었다. 두 드라마를 통해 작품성뿐 아니라 흥행능력까지 증명한 노 작가가 향한 다음 지점은 '황혼의 인생'이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 시대 노년의 삶을 관찰하며 어른과 노인 간의 큰 차이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노년의 이야기를 담는 만큼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한 데 모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김영옥을 시작으로 김혜자,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을 비롯해 이들을 관찰하는 젊은 여성은 고현정이 연기한다. 인간애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하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세간의 관심이 높다.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tvN
그런 가운데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취재진에 선공개하고 배우 및 제작진의 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발표회가 4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연이은 성공을 거둔 노 작가가 왜 '노년의 인생'을 주제로 삼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노 작가는 먼저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게 도와준 제작사와 방송사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노 작가는 "기획단계에서 사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드라마를 받아줄까'라는 고민이 컸다. 요즘 드라마 시장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류 배우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이 작품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장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이 시간까지 온 것 같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 고민을 해결해준 제작사와 방송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전까지는 내가 잘나서 작품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희경 작가. 사진/tvN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2016년의 상황이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2013년, '괜찮아 사랑이야'의 2014년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노 작가는 이 드라마를 꺼내들었다. 노 작가는 노년이야말로 가장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작품을 집필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노 작가는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치열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취재를 하고 정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노년이야말로 진짜 치열하다는 것"이라며 "인생으로 보면 가장 치열한 시기가 노년이다. '죽거나 혹은 아프거나'다. 누구를 사랑해서 애타는 건 치열한 게 아니다. 내 목숨이 오늘 아니면 내일 당장 끊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우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는 것도 더 이상 이 드라마를 미룰 수 없는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과거 MBC '내가 사는 이유'를 작업할 때, 분명 대본이 허술한데 완벽히 메워져서 나오는 걸 보고 정말 신기해했다"며 "이분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진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였다. 지금도 이분들은 하루 12시간씩 현장에서 치열하게 촬영한다. 그 치열함이 있을 때 작업을 하고 싶었다. 나의 우상들과 작업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어디에서도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국 드라마는 결과로 말한다. 노년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드라마를 시청해야 한다. 노 작가가 젊은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로 교감 혹은 소통할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노 작가는 "관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많은 사람들이 관찰을 하면 바뀔 거라 생각한다"며 "나는 이분들을 치밀하게 관찰할 생각이다.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제대로 관찰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50대인데 20대하고 30대하고 40대하고 차이를 잘 모르겠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의 초점도 흐려졌지만, 나의 30대와 지금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서 "나이가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에게 편견이 있는 거 같다. 그 편견을 깨는 게 목적이다. 다들 부모가 있는데, 부모가 있는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 내 바람이 전달된다면 성공한 드라마"라고 밝혔다.
'디어 마이 프렌즈' 출연진 및 제작진. 사진/tvN
출연 배우들은 수십 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들은 주로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얼굴을 비춰왔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갖고, 뚜렷한 캐릭터가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배우들은 하나 같이 노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먼저 김혜자는 "노 작가와 첫 작품인데, 이런 작품을 만들어줘서 정말 꿈만 같다"고 말했고, 윤여정은 "노희경 아니면 이런 선물을 해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너무 작가 비위를 맞춰주는 것 같아 그런데, 정말 고맙다"고 표현했다. 다른 배우들도 노 작가와의 작업이 설레고 즐겁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을 만족하고 있었다.
한편 노희경 작가의 '노년의 편견'을 깨겠다는 도전작인 '디어 마이 프렌즈'는 오는 13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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