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2013년에도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수 많은 드라마가 쏟아졌다. 참신한 소재와 톡톡 튀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가 있는 반면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 개연성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난 작품도 있었다.
늘 그래왔듯 '출생의 비밀'과 막무가내식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막장드라마가 성행했고, 이에 반대로 매회 인생을 되돌아보는 착한 드라마도 있었다.
수 많은 드라마 중 대중의 호평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많았고, 혹평과 함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작품도 적지 않았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욕하면서 본다'라며 혹평을 받은 드라마도 여럿 눈에 띈다.
MBC와 KBS, SBS가 내놓은 2013년 드라마 중 흥한 드라마와 망한 드라마를 살펴봤다.
◇'오로라공주'-'금나와라 뚝딱'-'기황후'-'메디컬탑팀'-'백년의 유산' 포스터 (사진제공=MBC)
◇MBC, '막장'은 뜨고 '미니'는 지고
MBC 드라마의 코드는 주로 '막장'이었다.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가 등장한 '백년의 유산'과 동생과 언니의 인생이 뒤바뀐 '금나와라 뚝딱'은 30%대의 시청률로 주말드라마를 평정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막장드라마라는 낙인은 피할 수 없었다.
막장드라마의 대미는 '오로라공주'였다. 첫 화부터 비상식적인 장면과 대사로 논란을 야기한 '오로라공주'는 떡대(개)를 포함해 13명의 배우가 하차하는 유래없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졌음에도 불구 '오로라 공주'는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나타냈다.
시청률 측면으로 봤을 때 MBC는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에서 성공적이지만, 주중 미니시리즈는 3사 중 가장 실패한 케이스다.
'마의'와 '구가의 서'에 이어 '불의 여신 정이'까지 사극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구가의 서'를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특히 '불의 여신 정이'는 사극의 대표주자 문근영을 내세웠지만, 쓸쓸히 종영했다.
이승기와 수지가 나선 '구가의 서'만이 올해 종영한 드라마 중 그나마 호평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다. 특히 이승기와 수지 뿐 아니라 이성재와 유동근의 연기력이 빛났으며, 이유비와 이연희도 재발견한 작품이다.
SBS에서 '야왕'으로 성공한 권상우의 '메디컬탑팀'은 '해를 품은 달' 김도훈 PD와 KBS2 '브레인'의 윤경아 작가가 뭉쳤으나, 3%까지 떨어지는 시청률을 보이며 마무리됐다. 개연성 부족한 전개는 의학드라마 '불패' 공식을 깼고, 러브라인도 심심하게 그려졌다.
반면 역사왜곡 논란으로 출발한 '기황후'는 하지원을 비롯해 지창욱, 주진모, 김서형, 백진희, 전국환 등 신구조화가 맞물리면서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려를 배경으로 기황후의 젊은 시절을 그린 '기황후'는 매회 갈등과 위기가 다채롭게 그려지면서 금이 간 MBC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흥'했다 - '구가의 서', '기황후', '백년의 유산', '금나와라 뚝딱'
-'망'했다 - '메디컬탑팀'
◇'비밀'-'직장의 신'-'칼과 꽃'-'예쁜남자'-'굿닥터' 포스터 (사진제공=KBS)
◇KBS, 신인작가의 역습
올해 KBS에서는 유난히도 신인작가들이 맹활약했다.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를 필두로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 '굿닥터' 박재범 작가, '비밀' 유보라 작가까지 신인작가들은 KBS에서 놀라운 필력을 과시했다.
2013년 학교를 그린 '학교 2013'은 장나라를 비롯해 김우빈, 이종석 등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으며, 현재의 학교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직장의 신'은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붐이라는 트렌드를 이어받아 '파견의 품격'을 한국식으로 바꿔 이슈를 선도했다. 특히 미스김 역할의 김혜수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다시 한 번 찬사를 받았다.
주원과 문채원을 앞세운 '굿닥터'는 자폐증 성향의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접목시켜 의학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높였다. 아울러 곽도원, 천호진, 김민서 등 주조연 배우들 모두 완벽한 연기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비밀' 역시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선을 매끄럽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복잡한 얼개가 짜임새 있게 풀어지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황정음은 연기자로서 성장했고, 지성 역시 극찬을 받았다. 스타작가 김은숙 작가의 SBS '상속자들'을 시청률로 누르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아울러 '최고다 이순신'은 아이유라는 새로운 배우를 발견했고,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드라마라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출연진의 열연으로 인기를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기대를 모았던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의 복수 3부작 '상어'는 큰 이슈를 낳지 못한채 종영했으며, 엄태웅과 김옥빈의 '칼과 꽃'은 초라한 시청률로 무너졌다.
또한 현재 방영중인 '총리와 나'는 총리와 연예부 여기자가 사귄다는 소재가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예쁜남자' 역시 이제껏 보여줬던 장근석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의 반향을 못 얻고 있다. 시청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
-'흥'했다 - '직장의 신', '굿닥터', '비밀'
-'망'했다 - '칼과 꽃', '예쁜남자'
◇'상속자들'-'너의 목소리가 들려'-'야왕'-내 연애의 모든 것'-'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 (사진제공=SBS)
◇SBS,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미니'.. 아쉬움 남는 '주말'과 '일일'
올해 SBS 연기대상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시작해 '야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상속자들'까지 올해 SBS 드라마는 잘 된 작품이 많아도 정말 많았다.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과 송혜교 뿐 아니라 김범, 정은지, 김태우, 배종옥 등 출연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인생을 담아내는 노 작가의 필력은 여전했고, 김규태 PD의 연출 앞에선 조인성과 송혜교의 모습은 하나의 CF였다.
비록 혹평은 끊이지 않았지만 '야왕'은 올해 3사 주중드라마 평균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악녀 주다해 역의 수애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떨치고 나쁘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 변신을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노윤호의 연기자 변신은 실패했다.
초능력과 법정이라는 소재를 접목시킨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보영과 이종석을 올해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 독특한 소재와 빠른 전개, 깊이 있는 대사와 메시지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또한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은 수 많은 명대사를 쏟아내며 20% 시청률을 넘겼다. 비록 '비밀'에 밀리는 형국이었지만, '비밀'이 종영하자 시청자를 그대로 흡수하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민호가 연기한 김탄과 김우빈의 최영도는 뭇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SBS 드라마국의 가장 큰 아픔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이었다. 정치인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지만, 대중의 관심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노골적으로 현실적인 정치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오로라공주'에 맞선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는 착한 드라마로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 싸움에서는 패배했다. 또 '출생의 비밀' 역시 성유리의 재발견과 함께 수준 높은 작품이라는 호평은 있었지만, 경쟁작을 넘지는 못했다.
-'흥'했다 - '야왕',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상속자들'
-'망'했다 - '내 연애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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