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늘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헌법을 개정한 1987년 체제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개헌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다만 대부분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꾸자는 등 권력구조 개편에만 방점이 찍혀있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적 변화가 진행됨에도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개헌 논의는 등한시돼 왔다.
기본권 규정이 여전히 1987년 개헌 당시의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개인이 포털 등 온라인 사업자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는 기술 발전과 기본권이 결합된 논쟁거리다.
인터넷 활성화로 개인의 의견이나 관심사가 단순 검색부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공개되면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가치의 충돌이 일어난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개헌을 말한다>라는 저서를 통해 “기본권 규정은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보완해야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 의원은 2010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정치 원로와 헌법학자, 정치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기본권 규정 신설 내용이 담겨있는 개헌시안을 마련했다.
개헌시안에서는 헌법 제17조에 있는 정보기본권에 관한 조항을 ‘모든 인간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자기 정보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잊혀질 권리’와 연관돼 있는 문제로, ‘개인의 정보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 의원은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 보장과 개인정보의 보호, 침해 방지 요구가 증폭되고 있다”며 “이는 ‘정보 접근권’과 ‘정보 보호권’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기본권을 헌법 조문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헌시안에는 인간의 ‘생명권’을 비롯해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 조항을 신설해야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생명공학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명 경시 풍조 등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서 나온 제안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에서 이미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15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는 상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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