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쟁점법안 처리 국면에서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23일 오후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개헌논의와 한국의 정치발전 학술대회'의 기조연설에서 "최근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의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통령이 수차례 바뀌고,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 상당수가 바뀌어도 우리 정치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인 것은 결국 '사람'보다는 '제도와 구조'에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대통령 5년 단임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공(公)천이 아닌 사(私)천의 폐단을 반복 해온 공천 시스템은 정치 불신, 국회 불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되찾을 수 없으며 선진국 문턱에서 뒷걸음질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1987년과 2015년의 대한민국은 너무나 달라져 있다"며 "헌법은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인 만큼, 헌법적 가치와 정신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동시에 시대 요구에 맞도록 헌법을 개선하는 것도 우리 의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제가 민주정치에 끼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승자독식과 제로섬 게임을 가져온다'는 후안 린쯔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결국은 권력구조 문제를 빼고 정치개혁을 말하기 어려우며, 이는 헌법의 개정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개헌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고, 현행 헌법이 가진 불완전성과 흠결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일부에서는 '민생이 어려운데 무슨 개헌이냐'고 하지만 삶의 질을 결정짓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대한민국 100년 대계를 모색하는 기초로써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통일시대, 기본권 강화, 생태, 정보, 지방자치와 분권 등도 헌법개정 논의가 필요한 분야로 제시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개헌논의와 한국의 정치발전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