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예능인 조세호가 '불참의 아이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시작된 일명 '조세호 놀이'는 평소 친분이 깊은 지인은 물론 관공서나 언론사까지도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조세호씨, 왜 안 오셨어요?"라며 조세호를 찾고 있다. 장난처럼 시작된 '조세호 놀이'의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조세호. 사진/A9미디어
이러한 발단은 약 10개월전 MBC '세바퀴'에서 김흥국이 "왜 안재욱 결혼식 안 왔냐"는 물음에 조세호가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대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억울함이 묻어있는 조세호의 표정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이 장면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자 일부 네티즌들은 조세호의 얼굴을 이용해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다. 영화 '대호'를 이용한 '세호', '시간이탈자'를 활용한 '행사이탈자' 등 높은 수준의 포스터가 대중의 손을 통해 제작됐다.
조세호의 억울한 캐릭터를 갖게 된 역사는 꽤 오래됐다. 지난 2009년 배우 김래원과 같은 날 입대한 조세호는 입대 직전 매체 인터뷰를 가진 후 김래원과 함께 훈련소 차량을 타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몰린 팬들과 취재진 때문에 장내가 복잡했고, 훈련소 차량은 김래원만 태우고 가버렸다. 이후에도 조세호는 많은 억울한 상황을 겪었다. 명품 옷을 즐겨 입는 그의 패션 감각을 두고 "너가 왜 명품을 입느냐"며 핀잔을 받는 것은 물론 권상우나 이동욱 등의 배우들과 친분이 있는 것에 대해 늘 의문을 제기 받았다. 김구라에게는 식스팩을 만들겠다고 하자 "꺼져"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조세호는 억울하다는 표정과 리액션을 보였고, 그것이 캐릭터로 굳혀졌다.
지난 2001년 SBS 6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조세호는 처음부터 인기 있는 연예인은 아니었다. '양배추'라는 가명을 쓰며 활동했지만,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KBS2 '웃음충전소'의 코너 '타짱'만이 그가 내세울 만한 이력이다. '타짱'에서 가면을 쓴 상태로는 크게 웃겼지만, 가면을 벗고 대중 앞에 선 그는 꼭 매력적이지만은 않았다. 자신을 알린 가면이 오히려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된 셈이었다. 조세호는 숙제를 풀기 위해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코미디 활동을 이어갔고, '시간탐험대' 등에서 온 몸을 던져가며 웃음을 만들었다. SBS 예능 '룸메이트'를 통해 입지를 높였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이미지도 호감적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한 계단씩 자신의 역량을 넓혀나간 조세호는 결국 대중의 손을 통해 대세로 떠올랐다.
조세호와 가까운 한 지인은 "조세호는 '타짱'에서 가면을 쓴 이미지로 각인된 것을 오랫동안 아쉬워했었다. "가면 이미지를 깨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썩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대중이 조세호의 숙제를 대신 풀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세호의 소속사 A9미디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현상으로 인해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 제안도 늘어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세호는 김흥국씨나 '세바퀴' PD께 감사해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겸손하게 이 현상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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