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영예의 첫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수상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상금이었다. 우승상금은 5만파운드로 작가와 번역가가 똑같이 나눠 가진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 보고 번역가의 역할을 존중한 것이다. 한 작가는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에 공을 돌렸으며 심사위원장인 보이드 턴킨도 번역자에 대해 "아름다움과 공포가 묘하게 뒤섞여 있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번역해냈다"고 극찬했다.
채식주의자의 수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 문학 한류를 위해서는 좋은 번역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한강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오르한 파묵을 비롯해 가와바타 야스나리, 모옌 등 아시아권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모두 가독성이 뛰어난 원어민 전담 번역가를 두고 있다. 전담 번역가의 작품성 높은 번역이스포트라이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는 많지 않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좋은 한국 문학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번역가의 양성과 확보"라며 "한국문학 전문가 양성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번역의 중요성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한국 문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에 '한국인 첫 수상',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제친 쾌거'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대중의 관심은 단번에 뜨거워졌다. 예스24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수상소식이 전해진 이후 약 4시간 만에 판매량이 전날 같은 시간과 비교해 11배나 급증했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소년이 운다'와 '흰(출간 예정)' 등 한강의 다른 도서의 판매량도 크게 늘며 한강의 전체 도서 판매량은 전일 대비 700% 넘게 증가했다.
최근 선보인 소설가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은 출간되기도 전부터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같은 흐름을 두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바닥을 쳤던 소설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아나는 소설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해외 작가들이 쥐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프레드릭 배크만,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이름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해외에 더 잘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는 법이다. 모쪼록 이번 수상이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나라 밖뿐만 아니라 안에도 알리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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