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을 내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입장이 거부된 가운데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황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이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공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의 발언이 무색하게 이날 행사는 정부와 상당수 국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행사 시작 5분 전 입장을 하려다가 5·18 유족들의 제지를 받았다. 입장을 계속 시도했던 박 처장은 국민의례가 시작되고도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발길을 돌렸다. 그는 “당사자(유가족)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정부 기념식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합창 유지' 결정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황 총리의 연설이 시작되자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행사 마지막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때는 야권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러나 황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립하기는 했지만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행사는 시작된지 20분 만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으로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의 회동으로 조성된 대화 국면은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 참여한 야당 정치인들은 “정부가 옹졸한 처사를 했다"(더민주 김종인 대표), “논란이 있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등의 말을 남기고 행사장을 떠났다.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첫번째)는 입을 다물고 서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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