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인력감축·자산매각·시설축소 등을 골자로 한 조선 빅3의 구조조정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2막'에 접어들게 됐다.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조선산업 발전과 구조조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보라 기자
22일 조선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빠르면 이번주 안으로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까지 자구안 제출이 마무리되면, 정부가 업종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지 한 달여만에 업체별 자구안 구체화가 마무리되고 실행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조선과 해운업종을 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주채권은행을 통해 조선3사로부터 자구계획을 받아 집행 상황을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아닌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같은 민간기업은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자구안을 제출받고, 채권은행이 이를 관리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조선3사는 자구안을 내놓고 있다. 주로 핵심업무인 조선업과 관계 없는 비조선부문을 비롯해 보유자산 매각과 인력감축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자체 구조조정을 실행해왔지만 정부의 압박에 더 서두르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은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조선3사 중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 12일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는데, 조직 및 생산시설 감축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수주부진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선박건조 효율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사외에 보유하고 있는 상가와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밝힌 내용 외에도 호텔사업 및 현대오일뱅크 상장설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25% 가량을 감축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장급 이상에 실시하던 희망퇴직을 생산직에도 확대 실시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500여명 가량이 희망퇴직을 접수한 것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지난 17일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역시 ▲인원 1500여명 감축 ▲거제삼성호텔 등 부동산 매각 ▲보유주식 매각 등이 담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효율이 떨어지는 도크 폐쇄 등 순차적인 생산력 감축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최종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방위산업부문이다. 알짜사업으로 꼽혀오던 방위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이후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자구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잠수함과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사업부로, 인도네시아 등에 국산 잠수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개별기업의 위기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조선업이 처한 문제와 이에 대한 대책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위기와 나머지 두개 민간기업의 위기는 다르게 보아야 하는데, 민간기업을 마치 (대우조선과 같은) 위기인 것처럼 조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돈 한푼도 받지 않은 민간기업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날 능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위기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조선업이 처한 상황을 해양플랜트로 인한 것과 수주부진으로 인한 것으로 분명히 나누어 볼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무조건 인력과 자산을 감축하고 매각하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력감축에 대해서도 각 업체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오는 23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대우조선해양 간담회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지금의 구조조정 문제점과 대책을 세워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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