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차 연비·배출가스 조작으로 촉발된 논란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비양심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자동차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한 지 오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앞다퉈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 강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연비·배기가스 논란’이 친환경차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새로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24일 전기차 이니셔티브(EVI)와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전세계 주요 국가는 저마다 다양한 친환경차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은 친환경차를 살 경우 최대 6만 위안(한화 1100만원)까지 구매보조금을 지원한다. 또 베이징에 전기차 충전소 1만개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범사업에만 69억5000만 위안(1조2600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은 ▲자동차세 면제 ▲전기차와 PHEV 위한 모델 도시 4곳 지정 ▲전기 구동장치·배터리 등 연구개발비 지원 등을 통해 친환경차 산업육성에 나서고, 프랑스는 ▲에너지 효율적인 차량 구매자들에게 4억5000만 유로(한화 6000억원) 지원 ▲전기차 충전설비 5000만 유로(한화 667억원) 투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친환경차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 인프라 구축은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 일본은 ▲내연기관차와 가격차이의 절반을 보조금 지급(최대 1100만원)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50% 지원(1600만원)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320개로 4배 확대 ▲2030년 수소차 80만대 목표 기술개발보조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전기차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7500달러(900만원) 보조금 지원 ▲충전기 설치비 30% 보조 ▲2020년까지 연평균 3억4000만달러 친환경차 연구개발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외에 영국은 전기차 구매자에 2000(350만원)~5000파운드(860만원) 보조금 지급, 인도는 차량의 20% 또는 10만 루피(176만원) 지원, 스웨덴 CO2 배출량 50g 미만 시 4500유로(600만원) 보조금 지급, 네덜란드 차량 구입비 10~20%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연비논란의 중심에 섰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연구개발(R&D) 조직에 전기차 부문을 신설하고, 오는 2019년까지 총 10억 유로를 투자해 20여종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우디는 오는 2018년 ‘e-트론 콰트로’ 양산을 통해 최대 출력 500마력, 1회 충전시 500km 주행을 실현한다는 계획이고, BMW는 전기차 브랜드 ‘I’와 MINI 순수 전기차를 새롭게 공개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5억4300만달러를 투자해 2018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4개 차종을 선보인다. GM은 국내 LG전자와 손잡고, 2017년까지 PHEV 모델인 2세대 볼트를 출시한다.
사진/현대차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역시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전략을 발표하며, 디젤보다 전기차 부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전기차 포함한 친환경차 모델을 총 26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1회 충전으로 3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기아차는 11개 차종으로 구성된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부문 연구개발 인력을 3200여명 채용하고, 오는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의 통 큰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각국의 환경규제에 발맞춰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야 하고, 기존 내연기관의 연비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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