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의원 "박근혜 정부, 국회가 아무것도 안 하길 바라는 것 같다"
"국회청문회법 거부, 발상도 방법도 잘못…국민의당, 대화 이끄는 캐스팅보트 될것"
"김영란법, 시행령에 밥값 3만원으로 제한한 건 정부다"
2016-05-31 10:24:19 2016-05-31 14:16:06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지낸 법률전문가다. 국민의당 입당 전에는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입당 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광주 북구갑)에서 보란 듯이 승리를 거뒀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19대 총선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조금 느리더라도 실현 가능한 대안부터 마련해나가는 현실적 진보다. 급진적 이념적 정체성을 내세워 싸우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또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또 과학기술 융성, 소규모 연방국가 재구성, 남북평화체제 구축, 효율적이고 공정한 조세체계 구축을 이뤄내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꿈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법인세 원상회복이다. 김 의원은 조세체계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모처 커피전문점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하 일문일답.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은 광주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각각 승리했다. 광주와 호남은 더민주의 성지로도 불렸던 곳인데, 이곳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보는지.
 
첫째, 더민주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우선 더민주는 대선과 잇따른 재·보선 패배를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체질 개선을 못 했다. 오히려 지방선거 및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구태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둘째, 제대로 된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민심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더민주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정당투표에서도 교차투표가 이뤄지면서 국민의당이 덕을 봤다.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그런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국민의당과 연결되면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런 사고를 버려야 한다. 친이나 친박은 특정 정치인을 따르는 패거리이지 그 자체가 정체성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야권에 가깝다. 가진 자, 재벌에 집중된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보고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고자 한다. 다만 현실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정책부터 하자는 것이다. 급진적 이념적 정체성을 내세워 싸우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보단 조금 느리더라도 한발자국씩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관건은 정당을 정당답게 만드는 일 같다. 아직까지는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사당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당 정책연구소부터 세워서 정강정책을 가다듬고, 지역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그게 사당에서 공당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특히 국민의당의 출발은 안 대표였지만, 지금은 정권교체와 지역구조 타파를 바라는 호남의 열망이 지분의 절반이다. 대권주자로서 안 대표의 자질이 미흡하다 판단되면 호남도 안철수 대표를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정당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다. 따라서 더민주의 손학규 고문이나 정의화 전 의장 등 대권주자들을 영입해 전체 판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안 대표 개인이 아닌 정당의 지지기반을 키워야 한다.
 
-원내에서 역할도 중요한 문제다. 의제를 선점하지 못하면 단순히 수싸움을 위한 캐스팅보트에 그칠 우려도 있다. 국민의당은 원내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
 
수싸움을 위한 캐스팅보트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캐스팅보트가 되려고 한다. 야당을 모두 합해도 180석이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이 존재하는 상황에 우리가 어느 쪽에 붙는다고 해서 통과 안 될 법안이 통과되진 않는다. 결국 끝없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거대 양당인 더민주와 새누리당 간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
 
-당내 문제다. 더민주의 친노와 비노,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만큼 국민의당의 안철수계와 호남계도 섞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분의 가능성은 없을지.
 
기본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이 안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호남 의원들이 안 대표에 쉽게 등을 돌릴 수 없고, 국민의당 지분의 절반이 호남에 있기 때문에 안 대표도 호남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급격하게 이념적 정체성이 여권 쪽으로 기운다든가 하면 호남의 민심이 흔들린다. 민심이 요동치면 정당의 상황도 지금 같을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당내 통합만큼 중요한 문제가 지지층 통합일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당 지도부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런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분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의당을 더민주의 잠재적 경쟁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당이 죽어야 더민주가 산다는 식이다. 그런데 국민의당 때문에 더민주가 죽는다는 게 맞는 말인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야권의 표를 흡수한 만큼 여권의 표도 잠식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분들은 국민의당을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비판하는데, 뚜렷한 이념색을 내세워 사사건건 대립하는 게 국민이 원하는 것인가. 좀 애매하고 모호하면 어떤가. 하나씩이라도 대안을 만들어가는 게 국민 입장에선 좋은 것 아니냐. 이런 점들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원내 현안이다. 정부가 최근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협치는커녕 여권과 야권, 청와대와 국회 간 갈등만 심해진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국회가 아무것도 안 하길 바라는 것 같다. 행정부가 요구하는 법안만 통과시키는 통법부가 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회가 일하려는 시도 자체가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 특히 재의를 요구하려면 늦어도 3일 전에는 해야 하는데, 휴일 이틀을 끼고 재의를 요구했다는 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체도, 방법도 잘못됐다.
 
-꾸준한 논란거리 중 하나가 김영란법이다. 정부에서는 벌써부터 내수위축 등을 이유로 개정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밥값, 선물값은 시행령에 규정돼있다. 그 시행령을 누가 만들었나. 경기위축이 우려되면 밥값을 10만원으로 정하고, 선물값을 25만원으로 정했으면 됐다. 자신들이 3만원, 5만원으로 정해놓고 누굴 탓하나.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시각도 잘못됐다. 어떤 공무원이 한 끼에 3만원 넘는 밥을 얻어먹느냐. 고위공직자들에 한정된 문제고, 내수위축도 그 안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최근 법조로비, 전관예우 논란이 뜨겁다.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고, 퇴직 판사가 후배 법관이 부장판사로 있는 법정에 변호인으로 서는 사례가 허다하다. 개선 방안이 없을지.
 
현재 특검법으로는 국회 의결이 있을 때에만 특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걸 기구특검(상설특검)으로 바꿔서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명칭이 공수처가 됐든 상설특검이 됐든, 사정·사법기관의 비리만큼은 별도로 수사해야 한다.
 
-국민의당 입당 때 꼭 하고 싶은 일로 과학기술 융성, 소규모 연방국가 재구성, 남북평화체제 구축, 효율적이고 공정한 조세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이 중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법인세 원상회복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실효세율이 25% 정도 됐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22%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쪽에선 무역수지 흑자 100억달러를 이야기하지만 한쪽은 죽어난다. 많이 버는 쪽에서 더 걷어서 분배해야 한다. 이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완화라도 해야 한다.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 등 전반적인 고소득층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
 
대담=권순철 경제부장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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