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 산업1부 기자
“소상공인 죽인다”, “골목상권 망한다”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다.
한국자영업자총연대 등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들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24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자청, “시행령 초안대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소상공인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9일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에는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위반행위 신고와 처리, 신고자 보호·보상 등에 대한 세부사항이 담겼다. 특히 금품수수 규정과 관련해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의 상한선이 제시됐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현실의 물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금액 책정”이라고 아우성이다. 선물가격 5만원은 대기업들의 공산품이나 중국산 저질 제품만 해당될 뿐, 국산 농축수산물이나 중소공인이 직접 생산한 수제품의 경우 상한선을 넘게 된다는 논리다.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 감소로 소상공인의 연쇄 도산 등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끔찍한 경고도 나온다.
수술을 하면서 피를 안볼 수는 없다. ‘현실론’을 이유로 김영란법에 이런저런 예외들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50만원짜리 한우세트는 허용해주고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은 금지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해 3월 법안이 통과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공직자 뿐 아니라 공직자에게 청탁이나 금품 제공을 하고자 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며 “일단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특히 “이 법에 대한 엄청난 저항세력은 사실 ‘우리 안의 부패심리’”라며 “가장 큰 적은 우리들 자신으로, 이제 우리는 우리 안의 부패심리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은 입법 당시부터 과잉입법과 위헌논란 등에 휩싸였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안이 대폭 삭제되고 변경돼 ‘누더기법’, ‘반쪽법’ 논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로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모든 이가 만족하는 완벽한 법과 시행령은 없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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