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SPP조선의 재매각을 두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000030)과 수출입은행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 추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SPP조선 채권은행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SPP조선 재매각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극명한 입장 차이로 대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우리은행은 빠른 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SPP조선이 최근 인력구조조정을 성공적 추진했고 영업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현재가 재매각의 적기라는 것이다.
앞서 SPP조선은 지난해 5월 자율협약 개시 후 본사 직원을 1300명에서 58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영업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PP조선은 올 1분기에도 32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한 흑자다. 현재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의 SPP조선 여신액은 각각 2760억원, 9800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재매각에 성공하면 2800억원 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일하게 조선사 중 흑자를 기록하는 SPP조선을 빠르게 재매각하는 것이 채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을 설득해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빠른 재매각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SPP조선의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가 수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 등의 선수급환급금(RG) 발행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PP조선의 수주잔량은 13척으로, 추가 수주가 없다면 오는 2017년 이후에는 수익을 낼 수 없다. 이에 SPP조선은 다음 달 그리스에서 열리는 선박 수주 박람회에 참석해 신규 수주 물량을 따온다는 계획이다.
수주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RG가 필요하지만 이미 대규모 RG로 손해가 큰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RG 발행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부실이 드러나고 있는 조선업체의 RG 11조원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RG는 조선사가 부도 등으로 배를 만들지 못해 발주처(선주)에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한테서 받은 선수금을 금융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조선사가 만든 배가 무사히 선주한테 넘어가면 수은은 온전히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덤으로 해외사업 금융지원 실적도 높아진다. 하지만 조선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수은이 선수금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빠른 재매각을 통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조선·해운사 충당금 확보에 유리하다"면서도 "수출입은행은 추가 RG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PP조선 재매각을 두고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견차를 좁하지 못하고 있다. (왼쪽)우리은행 본사. 수출입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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