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세계적인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74세의 나이로 4일 타계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알리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흡 보조 장치에 의존하다가 숨을 거뒀다. 파킨슨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하다가 끝내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그의 말은 세상을 떠난 복싱 전설의 명언으로 남게 됐다.
알리의 통산 전적은 56승(37KO) 5패다. 3번의 헤비급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통산 19번의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하는 등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세계 복싱계의 자신의 이름을 수놓았다.
알리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고국인 미국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입장 거부를 당하자 올림픽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에 집어 던져버리고 프로 복서로 전향했다. 알리는 자서전에서 당시에 대해 "더는 검둥이로 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알리는 같은 해에 소니 리스턴한테서 7회 TKO승을 뺏으면서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이때부터 190cm에 이르는 장신임에도 구사하는 발 빠른 스텝과 헤비급이라고 믿기 어려운 재빠른 몸놀림 등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링 밖에서는 '철학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깊은 사유에서 나온 언변을 선보였다. "위험을 무릅쓸 용기가 없으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등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알리는 1960년대 미국 흑인 해방 운동에 동참하며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복서로 각인됐다. 프로 전향 직후 자신의 본명인 캐시어스 클레이 대신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무하마드 알리가 된 것도 "노예의 이름을 버리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특히 알리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징병을 거부하며 "나는 베트콩에 거부감이 없다. 그들은 나를 검둥이라고 하지 않는다.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알리는 선수 자격 징계까지 받아 3년 이상의 공백을 거쳤다. 이후 1974년 복귀전에서 조지 포먼에 KO승을 따내면서 끝내 WBA(세계권투협회), WBC(세계복싱평의회)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이 경기에 앞서 알리는 그 유명한 명언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는 은퇴 3년만인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의 신념과 활동으로 봤을 때 은퇴 이후의 행보가 주목됐으나 건강은 그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뇌 신경이 파괴되는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으로는 오랜 기간 복서 생활에 따른 영향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던 중 알리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자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알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트랙을 돌면서 '도전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그의 딸인 라일라 알리는 아버지 알리의 복싱 스타일을 배워 2000년대 여자 권투 슈퍼미들급 세계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알리의 죽음에 대해 세계적인 복서들의 추모 물결도 일고 있다. 조지 포먼은 "내 일부분이 사라졌다. 알리는 가장 위대한 또 다른 나였다"고 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신이 챔피언을 맞이하러 오셨다. 영원히 위대한 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역 챔피언인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알리는 나 같은 복서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선배다. 알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전설, 영웅, 거인을 잃었다"고 감사했다. '팩맨'매니 파키아오는 "복싱계의 거인을 잃었다. 복싱계는 알리의 재능에 축복받아왔으며 세계는 그가 보여준 인간애에 축복받았다"고 애도했다. 단순한 복서 이상의 신념을 펼쳤던 알리의 삶은 영원히 기억 속으로 잠들게 됐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4일 오후(한국시간) 74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진은 알리가 지난 1995년 뉴욕을 방문하던 중 환하게 웃는 모습. 사진/AP·뉴시스
◇무하마드 알리(왼쪽)가 1975년 10월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 조 프레이저와 경기에서 상대 펀치를 막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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