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최근 발생한 도서지역 관사 내 성폭행 사건과 관련, 9일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 위치한 임자초등학교를 방문한 가운데 현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현장에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도서·벽지 지역의 근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 생생히 느낄 수 있어 그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며 "이번 사건은 그간 도서·벽지 지역 교원의 근무와 주거 환경에 대해 미리 신경 쓰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발표 이전이라도 혼자 사는 여성이 거주하는 관사에 대한 안전대책은 우선적으로 마련하겠다"며 "다시는 결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합심해 교원들이 안전하게 교육에 매진하게 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대책을 강구할 것"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현재까지 '면피용 대책'을 내놓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달 22일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학부모를 포함한 주민 3명이 관사에 머물던 초등학교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신규 여교사를 도서벽지로 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와함께 교사가 가정방문 시 경찰을 동행하고 관사에 폐회로티브이(CCTV)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송재혁 대변인은 "문제의 본질인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보호를 명목으로 여교사들을 공권력의 보호와 관리 아래 두고자 한다"면서 "여전히 교육부는 성차별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수준에 불과한 처방들"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교육부는 미봉책 구상에서 벗어나 성 평등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교육부는 성차별과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보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며 "교육부의 성교육은 성평등 감수성을 길러주기보단 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중적 성규범과 잣대 등을 해소하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도 "CCTV 설치의 경우 성폭력 피해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검토 보단 피해가 발생한 장소 등을 원인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CCTV 설치는 피해 발생 이후 증거 확보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피해 예방책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교육부는 신규 여성을 도서벽지로 보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피해 원인을 여성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라며 "성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여교원 비율이 초등학교 76.93%, 중학교 68.59%, 일반고 51.70% 등으로 여교사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교육행정당국은 단지 한 사건으로만 여기지 말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조속히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10일까지 여교사 단독 거주 관사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다음 주에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또 이번 달 말까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공동으로 '도서·벽지 지역 교원 근무 환경 개선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임자초등학교를 찾아 섬지역 여성교사 등의 거주여건 등을 듣는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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