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업계, 전방위 담합 45개사 적발…과징금 1039억원 철퇴
업체들 뭉쳐 원료는 '싸게' 판매가는 '비싸게'
2016-06-13 14:37:54 2016-06-13 14:37:54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제지업계의 담합이 적발됐다. 제지업계는 원료 구입부터 시작해 택배·과자 상자, 신문지와 화장지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골판지와 재생지 제품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짬짜미로 연결돼 있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 동안 제지업계 전반에 관행처럼 굳어진 담합을 적발해 제지사 45곳에 총 과징금 1039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업체 가운데 42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골판지 원지 담합 적발까지 더해지면 제지업계에 내려진 전체 과징금 규모는 2148억원에 달한다.
 
김성환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골판지 제조사 등 제지업계가 원료 구매단계부터 중간 가공단계, 최종제품 판매단계까지 수년간에 걸친 전방위적 담합 적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지난 3월 골판지 원지에 해당하는 표면지와 골심지, 이면지 등 낱장 제품 담합을 적발했다. 이어 제지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공정위는 앞선 원지 가격 담합과 함께 골판지의 원재료인 골판지 고지(폐지) 구매가격 담합과 골판지 원단 판매가격 담합, 완성품인 골판지 상자 판매가격 담합에 인쇄·신문고지 가격까지 담합한 것을 밝혀냈다. 결국 원료 구매부터 완성품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담합이 이뤄진 것이다.
 
가장 첫 단계인 원료에 해당하는 고지 구입 부분에서 아세아제지와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태림페이퍼 등 18개사는 2010년 4월부터 2012년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1㎏당 고지 구매단가를 10~30원 깎는 데 합의했다.
 
이후 과정인 원지 판매에서는 아세아제지와 신대양제지, 태림페이퍼 등 12개 업체가 2007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고지가격 인상을 빌미로 9차례에 걸쳐 원지가격의 인상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고, 지난 3월 118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태림포장과 대영포장, 삼보판지 등 18개 업체는 원지를 골판지로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2007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또 다시 가격을 담합해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가격을 10~25% 올렸다. 이어 태림포장 등 16개 골판지 상자 제조사는 CJ제일제당과 유한킴벌리 등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인상률과 인상시기 등을 합의해 가격을 4~26%까지 올렸다.
 
결국 재료 구매부터 최종 제품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담합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전 과정에서 담합이 이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골판지 상자 제조의 경우 공정단계별로 제조사들이 수직계열화 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이저 업체들의 경우 원료 구매부터 상자 제품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제지업계 전반의 담합은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연결됐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TV홈쇼핑과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택배 상자 등 골판지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며 지제업계의 담합은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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