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SK네트웍스로 돌아온 최신원 SKC 회장이 해병대 출신의 군대 스타일로 자신의 ‘색깔 입히기’에 나서면서 임직원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해병대 출신 CEO로 군대식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상명하복의 빠른 의사결정 등 구조적 장점을 살리자는 취지겠지만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SK네트웍스의 젊은 문화와 안맞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팀장급 이상들은 최 회장의 '‘군대식 문화’가 의문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최 회장의 해병대 리더십 접목이 SK 고유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훼손하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SK네트웍스 팀장급 이상 임직원 200여명은 두 기수로 나눠 오는 21일과 27일 포항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해 4일간 훈련을 받는다. 최신원 회장과 문종훈 사장 등 경영진도 모두 참석한다. 올해 3월 18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 회장은 출근과 동시에 SK네트웍스에 ‘해병대 캠프’를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최 회장은 해병대 258기로 전역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병대에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보내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4월 7일 서울 명동 본사로 첫 출근을 했다. 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해병대 캠프를 통해 SK네트웍스 경영진의 정신을 무장하고, 조직간 간격해소, 일체감 조성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역시 오너 일가로 SK네트웍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체로 젊은 직원들은 오랜 기간 정체를 보인 SK네트웍스에 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회사가 새롭게 도약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연말 그룹 전체 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최신원 회장 복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위기에 빠진 SK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최 회장이 19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조직에 몸담아 왔던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최 회장의 ‘군대식 문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팀장급 간부는 “지금 처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창업자의 개척과 도전 정신을 계승하고, 조직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은 필요하다”면서도 “SK네트웍스는 SK그룹 다른 계열사 팀장·임원과 비교해 나이가 많은 편인데, 해병대 캠프를 가는 게 어떤 도움이 될지 미지수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반발하자 캠프 참가자를 대상으로 체력별로 코스를 나눠 진행하고, 목봉체조 등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일부 프로그램은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올해 4월 첫 출근과 동시에 아버지 동상을 로비에 설치하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도전’과 ‘개척’이라는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지만, 일각에선 2m가 넘는 대형 동상이 로비 중앙에 자리 잡으면서 마치 창업자를 영웅시 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주먹구구식 낡은 경영방식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체 지속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구성원의 유연한 사고방식이 창의성과 조직의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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