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관련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금융시장 불안 시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참석 후 돌아오자마자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부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해 나가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관계부처, 경제정책연구원장 등 주요 IB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브렉시트 관련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유 부총리는 "이번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시장불안은 과거에 겪었던 몇 차례의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 전개는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금융·재정 부실에 따른 지급불능 우려로 실질적인 금융 거래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한 경우"라면서 "이번 브렉시트의 경우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촉발돼 금융시장과 실물부분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 부총리는 "앞으로의 상황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럽국가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 매우 어렵다"며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브렉시트는 세계경제 여건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며 "브렉시트는 금융시장 충격과 교역 감소 등으로 취약한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부총리는 "이번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그간 유사한 전례가 없고,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장기화되고 그 기간 중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영국의 EU 탈퇴와 그 파급효과는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문제"라면서 "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체제 변화, 세계경제·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을 가지고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대응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 부총리는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견조하며 3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등 현재도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고 있다"며 과도한 우려에 선을 그으면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방안 등 앞으로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도 대응능력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 부총리와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정은영 홍콩상하이은행(HSBC) 대표, 박승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총괄대표, 오인환 한국 SG(소시에떼 제네럴) 증권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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