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남상태(66·구속)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대학동창 정준택(65) 휴맥스해운항공 회장에게 일감을 몰아주라는 지시를 담당 부사장이 반대하자 다른 사람을 시켜서까지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일 정 회장을 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남 전 사장은 정 회장에게 일감을 몰아주라는 지시를 반대하자 다른 직원을 시켜서까지 일감을 몰아 줘 총 20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2006년 12월 자신의 회사가 자항1호선(자항선·스스로 항해하는 바지선) 용선업체로 선정되도록 해달라는 정 회장 부탁을 받고 담당 부사장 A씨를 시켜 정 회장의 회사 인터렉스메가라인이 선정되도록 했다. A씨는 이때 까지만 해도 평가기준을 바꾸는 수법으로 남 전 사장의 지시를 따랐다.
인터렉스메가라인은 2007년 5월 대우조선과 용선계약을 체결한 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883억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00억 상당이다.
이후 남 전 사장은 자항2호선과 관련해 정 회장이 티피아이메가라인을 용선업체로 선정해달라고 청탁하자 이번에도 A씨에게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A씨가 반대하자 다른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용선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남 전 사장은 또 2008년 4월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대우조선 런던·오슬라 지사에서 보관 중인 비자금 50만달러를 정 회장에게 송금해 싱가폴에 있는 정 회장의 자회사 5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했다. 이런 수법으로 남 전 사장은 4년 동안 배당금으로 3억원을 챙겼다.
2009년 대우조선이 부산국제물류(BIDC)를 인수하자 남 전 사장은 정 회장이 이 회사 지분 10%를 인수하게 해준 뒤 대우조선 일감을 BIDC에 몰아주기도 했다.
BIDC는 2009년 22억 적자에서 2010년 41억, 2011년 65억 흑자를 기록하며 우량 자회사로 컸다. 남 전 사장은 BIDC에 직접 지분을 투자해 배당금으로 3년 동안 2억7000만원을 제공받았다.
남 전 사장은 2014년 3월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정 회장에게서 사무실 보증금과 월세, 인테리어 비용, 직원 급여 등 2억원 상당을 지원받았다.
남 전 사장은 정 회장으로부터 뒷돈 20억을 받은 혐의와 대우조선 해외지사를 통해 조성한 부외자금 5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남 전 사장의 개인 비리 규모는 총 25억이다.
특별수사단은 회삿돈 11억원을 빼돌린 정 회장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대우조선 사외물류부 조달담당 부장을 역임한 강모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강씨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정 회장으로부터 대우조선 운송 물량을 수주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4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미국에 있는 강씨를 쫓고 있다.
한편 특별수사단은 5조원대 분식회계(회계사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61) 전 사장에 대해 이번 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고 전 사장은 전날 2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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