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을 넘어선 '반칙', 질서 무너지는 극장가
2016-07-11 11:46:37 2016-07-11 13:22:1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극장가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전야개봉 명목 하에 하루 앞서 개봉을 하는 것은 물론, 전주 주말 유료시사회라는 명분으로 개봉보다 앞서 관객들을 모으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자사 영화의 흥행만 바라며 부리는 과욕으로 시장질서가 혼탁해진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작은 영화들은 힘의 논리에 의해 더욱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부산행' 포스터. 사진/NEW
 
먼저 선수를 친 영화는 '부산행'이다. 올 여름 네 편의 텐트폴 중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산행'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은 '부산행'은 상영관과 관객 사이에서 빠른 시사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투자배급사 NEW는 개봉일인 20일보다 한 주 앞선 주말인 15일부터 17일까지 대대적인 유료시사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16일과 17일에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극장에서 가장 관객이 많이 몰리는 오후 2시부터 7시대의 상영관을 차지했다. NEW 관계자는 "예매율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 우리도 놀랐다""상영제한을 두고 유료 시사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부산행'의 결정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부산행'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나우유씨미2'(Now You See Me2)는 일정을 하루 앞당긴 12일 개봉한다. '나우유씨미2' 관계자는 "타 영화의 지나친 유료시사회 때문에 우리도 부득이하게 이렇게 결정했다. 경쟁이 과열된 것도 알고 우리도 그 경쟁에 동참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손해가 막심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둔 주말인 9일과 10일 유료 시사회를 진행해 이틀간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일반적으로 작품성이 좋은 영화일 경우 배급사는 입소문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시사회로 마케팅 전략을 짠다. 이런 경우 관객수가 많아야 최대 5만~7만 수준이다. 이에 비해 '나우유씨미2'의 관객 동원수는 정식 개봉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나우유씨미2'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두 영화와 같은 변칙개봉과 유료시사회 관련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07'스파이더맨'(배급 소니픽처스)가 화요일 개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4'혹성탈출2'(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한 주 앞서서 개봉했다. 이로 인해 소규모 영화였던 지성·주지훈 주연의 '좋은 친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도 히어로 영화인 '데드풀'(이십세기폭스 코리아)이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일자 대대적인 유료시사회를 열며, 사실상 개봉을 앞당겼다.
 
변칙 개봉의 경우 시장을 위태롭게 한다는 우려 때문에 비판이 존재함에도, 배급사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더 큰 심각성은 이 같은 흐름이 향후 극장가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다. 올 상반기 '검사외전'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흥행작이 많지 않았다. 여름 대목에 흥행이 절실한 '인천상륙작전''덕혜옹주', '터널' 등이 '나우유씨미2''부산행'의 변칙 개봉 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선 두 편의 영화의 반칙을 빌미로 이들 역시 반칙을 할 명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런식으로 반칙이 횡행한다면 다른 한국영화 역시 한 주씩 개봉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면 시장이 혼탁해진다. 그럴 경우 피해를 보는 곳은 힘이 없는 작은 영화사"라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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