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고재호(61·구속) 전 사장과 공모해 5조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김모(61)전 재무총괄담당 부사장(CFO)을 14일 구속 기소했다.
특별수사단 수사 결과 김 전 부사장은 지난 2012~2014 회계연도에 3년 동안 자기자본(순자산) 기준으로 5조7000억원가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의 조작규모는 약 2조7000억원이다.
대우조선은 2013년 실제 8453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지만 공시된 제무제표에는 4242억원 흑자로 분식했다. 2013년에만 영업이익 1조2695억원을 조작한 셈이다.
지난 2월 시추선을 인도받아 계약이 끝난 ‘송가프로젝트’에서도 1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도 회계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가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노르웨이 시추업체인 '송가 오프쇼어'와 시추선 4대를 건조하는 2조4000억 규모의 계약이다.
하지만 공시된 재무제표에는 손실액으로 108억원 기록했다. 계약가의 절반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도 공사손실충당부채를 반영하지 않고 회계사기를 저질렀다.
대부분의 회계사기는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경영진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맺은 MOU에 나오는 영업이익을 충족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원가·회계 담당 부서는 프로젝트별로 원하는 숫자가 나올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예정원가를 확정하는 수법을 썼다. 산출된 거짓 금액이 엑셀파일로 만들어져 재무제표에 공시됐다.
대우조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경기불황으로 무리한 저가 수주를 이어가면서 손실 누적수치가 늘어났다. 산은과 맺은 MOU상의 경영목표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회계사기를 저질러 눈앞의 이익을 좇는 걸 선택했다. 경영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임직원 성과급 미지급, 대표이사 사퇴, 구조조정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다. 고 전 사장을 제외하고 김 전 부사장을 포함한 범행에 연루된 모든 임직원들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며 “실제 손실규모나 영업상황은 경영진에 주기적으로 보고됐다는 객관적 물증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우조선 비리의 또 다른 축인 남상태(66·구속) 전 사장을 오는 18일 배임수재 등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이후 재임기간 중 회계사기에 대해서도 확인이 끝나는대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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