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T 공포에 소비자 불안…정치권은 국정조사 채비
무더위에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업계도 답답 '속수무책'
2016-07-24 14:04:14 2016-07-25 15:41:15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에서 유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함유된 항균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둔 30~40대 부모들을 중심으로 “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도 국정조사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환경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OIT 함유 항균필터가 사용된 기기명’ 공지글의 조회수는 24일 기준 15만 건을 넘겼다. 다른 글의 조회수가 세자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정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환경부와 가전업계는 “OIT가 인체에 실제 얼마나 유해한지는 불명확하다.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필터만 교환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말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사뭇 달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정부 각 부처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의 즉각적인 감사 돌입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 30대 주부는 “올해 여름이 역대 최고로 덥다고 하는데,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버텨보려고 한다”며 “에어컨은 겁이 나서 틀지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도 "추가로 선풍기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40대 남성은 “아이들을 생각해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이미 유럽제로 바꿨고, 다른 제품들도 해외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제품도 문제라고 하던데, 결국 국내 기준이 엉성해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연합회’ 등 온라인에서는 단체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은 소송에 대비해 “문제의 제품을 사용한 후 각종 피부질환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며 자신들의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쟁점화할 태세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습기살균제와 항균필터, 살균과 항균, 말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라며 “온 국민을 마루타로 만든 이 화학 살생물, 이번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민 생활 깊숙이 스며든 유해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여야 간사들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사내용 및 방식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이번 사태를 대하는 업계의 속내도 타들어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대책 없이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도록 내용을 발표했다"며 “하루 빨리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번 문제에 대해 확실한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가전사별로 서비스센터는 항의 및 필터 교체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OIT 방출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판매한 회사는 쿠쿠(21종), LG전자(15종), 삼성전자(8종), 위니아(4종) 등 7개사다. OIT 방출 필터가 장착된 가정용 에어컨을 판매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2곳이다. 삼성전자는 8종, LG전자는 25종이다. 이중 LG전자 5개 모델은 판매 중이며, 나머지는 단종됐다. OIT가 검출된 차량용 에어컨 필터(교체형) 모델은 총 12개로, 현대모비스, 두원, 마스터케미칼, M2S, ICM, 청솔, Genpen 등 7개사에서 판매했다. 문제의 필터는 쏘나타, 카니발, 에쿠스 등 현대·기아차에 상당수 장착됐다. 
 
다만, 쿠쿠는 보도자료를 내고 "동일한 모델명이 중복 카운팅됐다"며 "실제로는 총 10개의 모델에만 OIT 필터가 적용됐다"고 환경부 결과를 반박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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