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금값은 30% 가까이 상승하며 1400달러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금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생각일까. 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경제 불안·연준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에 금값 상승
사진/뉴시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올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136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금값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29%나 급등했는데 이는 다른 원자재 가격 중 월등히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S&P500지수의 상승률인 5%의 6배 가까운 것이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상을 훨씬 밑돈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우려가 맞물리며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악재들로 다수의 투자자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고 믿는 점 역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데이비드 가벳 마렉스 스펙트론 이사는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 금과 엔화는 현재 가장 안전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퍼펙트 스톰' 온다, 금에 투자하라
많은 전문가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면서 금에 투자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중앙은행 정책 실패로 인한 '퍼펙트 스톰'이 금융시장에 찾아오며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퍼펙트 스톰이란 둘 이상의 위기가 함께 발생하며 위력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WGC는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합쳐지며 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 펀드 매니저도 투자노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금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로스는 "지금처럼 낮은 마이너스 금리 시스템에는 채권, 주식 모두 좋지 않다"면서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이 더 좋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로스는 금이 곧 온스당 14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금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역시 최근 금 관련 종목들을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기관들도 현재보다 높은 수치를 올해 전망치로 제시했다. UBS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로 140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와 크레딧스위스는 1500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낸 쥬엘그 키에너 스위스 아시아캐피탈 이사는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올라 지난 2011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CNBC와 인터뷰한 빅토 스페란디오 EAM파트너 최고경영자(CEO)도 "미약한 GDP, 경기 둔화, 11월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 금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고 좋은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이미 늦었다" 신중론도
그러나 이미 금값이 많이 올라 지금 투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가능성을 꼽는다.
2분기 GDP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 지표 등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충분히 9월에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날 데니스 록하트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분기 GDP와 관련해 "소비 활동이 매우 견조하다"고 평가하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록하트 총재 외에도 이번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모두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JJ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 전략가는 "이번 어닝시즌에서 CEO들이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연준에게도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키나한 전략가는 "따라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또한 현재부터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11월까지 큰 이슈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금을 매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키나한 전략가는 "따라서 금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늦었다고 판단된다"며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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