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뚜렷하게 호전된 데다, 일부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업종들은 원가절감과 생산량 감축 등 기업들이 자체적인 구조개선에 나선 만큼, 이번 구조조정 역시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미국 경영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의뢰, 지난달 18일부터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대한 진단에 돌입했다. 이번 작업은 다음달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분석결과에 따라 핵심품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공급과잉 제품에 대한 인위적 감산, 또는 기업 및 공장의 통폐합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안은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3개 업종인데 석유화학의 경우 다른 두 산업과 달리 지난해와 올해 경영실적이 매우 좋다"며 "중단기적으로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다른 업종처럼 긴급한 구조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셰일가스, 중국의 석탄화학 등 가스기반 원료가 확대될 경우 경쟁이 심화되고 이익도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컨설팅 역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역시 이미 자체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돌입한 상황으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되레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공급과잉 제품인 테레프탈산(TPA)의 경우 한화종합화학은 3개 라인 중 1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40만톤 감산에 돌입했으며, 100주 동안 원가절감에 집중하는 '서바이벌 100'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태광(10만톤)과 삼남석유화학(60만톤) 역시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한화종합화학 울산공장에 원가절감 비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뉴시스
한화케미칼은 또 다른 공급과잉 제품인 염소·가성소다(CA)와 관련, 지난 5월 유니드에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CA공장을 842억원에 매각했으며, LG화학은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는 중국 톈진 다구공장을 보하이공장과 흡수합병했다. 합성고무의 경우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등 관련 업체들은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급과잉 문제가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의 특성상 전후방 산업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시황을 전망하는 것도 쉽지 않아 섣불리 인위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겠지만, 기업과 시장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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