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정부가 지난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심을 비껴간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주택경기를 고려하는 소극적 대책만을 내놓다 보면 조만간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신규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축소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심사·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주택 신규 분양물량을 조절해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를 막겠다는 것이 요체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야당에서는 “대책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아까운 땜질처방”(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 “성장률 수치를 관리하는데 급급한 맹탕처방”(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택지공급 축소 방안의 경우 향후 4~5년 뒤 부동산 시장의 공급물량을 조절하는 차원의 대책으로, 현재 가계부채 폭증을 잡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식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가계부채는 잡지 못하고 주택경기 위축으로 경제 전반에 위기만 초래하는 그릇된 처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는 의견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는 전매제한(신규분양 주택에 당첨된 뒤 일정기간 동안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이나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시절 ‘경기활성화’ 명목으로 완화된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대증요법’에만 기대기에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잔액(가계부채)은 125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5조7000억원(11.1%) 급증했다. 가계부채액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성식 의장은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 경제에 경고음을 내보낸지 오래"라며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부동산 경기에 의존해 마치 경제를 살리는 듯한 착시를 주려고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 브리핑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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