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케이블TV 업계가 위기 해법 모색에 나섰다.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이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M&A를 통한 위기 탈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에 정부는 물론 업계와 학계가 힘을 모아 생존방안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유료방송시장에서 62%를 기록했던 종합유선방송(SO)의 점유율은 올 3월 기준으로 46%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 3사가 주축이된 인터넷(IP)TV의 점유율은 20%에서 40%로 급증했다.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을 묶어 결합상품 서비스를 선보인 IPTV의 약진에 케이블TV가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이다.
이에 케이블TV업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M&A를 통한 생존안 마련은 물거품이 됐다. 급해진 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자구책 논의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지역채널 브랜드 통합 ▲결합상품 금지 ▲지상파 재송신료 기준 마련 등을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케이블TV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회의 모습.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특히 결합상품의 경우 이통 3사가 결합상품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다만, 차선책으로는 동등결합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동등결합이란 케이블TV업계가 결합상품을 구성함에 있어 이동통신 서비스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해 공정경쟁을 하자는 주장이다.
현재는 이통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강제성을 부여한 동등결합이라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를 의식한 듯 "동등결합에 나서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면서도 "아직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동등결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공정경쟁 시장을 마련하고 품질 중심의 경쟁활성화를 위해서는 케이블 상품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동등하게 결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와 함께 유료방송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유료방송이 저가 시장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IPTV가 등장해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방송 서비스가 무료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며 "저가의 수신료가 개선되면 콘텐츠 투자가 늘고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재전송료(CPS) 문제에 대해서는 투명한 산정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CPS란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업자들로부터 콘텐츠 제공 대가로 받는 일종의 콘텐츠 판매료다. 지상파는 현재 280원인 CPS를 430원으로 올리려 한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SO들이 지상파와 소송을 벌이는 당사자인데, 지상파에서는 왜 CPS가 그렇게 산정됐는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며 "산정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케이블TV가 현재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은 가격 뿐인데, 저가 경쟁을 하는 순간 자본력이 강한 쪽이 승자가 된다"며 "서비스와 채널, 콘텐츠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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