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채권단이
현대상선(011200)에 신규자금 지원을 검토하는 등
한진해운(117930)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지만 늦은감이 있어 보인다. 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려했던 물류 대란이 국내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선박 다수는 항만에 접안하지 못하고 압류를 피해 계류 중이며, 법정관리 리스크로 예년보다 오른 해상 운임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지역 경제단체도 우려를 표시하는 등 사태는 커지는 양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체 선박을 투입하는 등의 후속 대책을 내놨다. 우선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제공하던 미주 1개, 구주 1개 항로에 현대상선의 13척 대체선박이 투입된다. 투입 시기는 이번달 7일이다. 또 한진해운 자산 인수를 위한 현대상선 전담팀을 구성하고,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즉시 자산인수 등을 포함한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대책에 국내외에서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입항을 거부 당하거나 화물을 압류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항구들이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롱비치와 시애틀 등 컨테이너 터미널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외국으로 나갈 예정이던 컨테이너를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 미국 수출업자들은 이에 따라 다른 해운회사의 선박을 급히 구해 물품을 다시 포장해 선적하는 등 분주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만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특히 정부가 전날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등 우량자산을 인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법원은 이날 "법원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정부와 법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자산양도 방안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법원의 회생절차는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진해운의 효율적인 회생을 목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재판장 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산 신항만 한진해운 컨테이널 터미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오후 3시30분부터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등과 대표자 면담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 내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경제단체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부산지역 해상화물 관련 업종은 물론 선용품공급업과 제조업 등에서도 적잖은 경영손실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부산상의(회장 조성제)는 이날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채권단의 신규 지원 불가 결정과 이에 따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결정으로 지역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 A사는 수출입 물량의 50%를 한진해운을 통해 유럽 등지로 운반하고 있어, 물류 운송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시급한 물량은 외국선사로 교체해 운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외국선사의 20~30% 운임상승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한진해운을 통해 운송중인 화물이 현지에서 입항 거부나 압류된다면 납기지연이 불가피 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항공운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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